복지생활/복지칼럼

[복지로 기자단] 프랑스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복지로 2013. 12. 4. 17:36

프랑스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프랑스 내에서 꽤 인기가 좋았던 영화 <Bienvenue chez les ch'tis>.

 

코믹적인 요소가 많았던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마을의 우체국장입니다. 그는 프랑스 남부로의 전출 신청을 했으나 다른 장애인 후보에게 그 자리가 넘어갔다는 소식을 받게 되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히스테릭한 아내는 이후 시시때때로 우체국장에게 짜증을 내곤 합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안되겠다 싶었던 우체국장은 자신의 전출 신청을 담당했던 친구를 찾아가게 되고, 그 친구로부터 프랑스 남부의 다른 지역에 조만간 자리가 또 하나 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애인에게 자리가 넘겨질 것 같다는 이 친구. 결국 우체국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장애인인 척 서류를 조작해 전출 신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우체국장이 휠체어에 앉아 전출 심사를 받는 장면 (Bienvenue chez les ch'tis, 2008)

 

이 영화의 주제는 다른 내용이지만, 초반부에 나왔던 이 장면은 우리에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남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프랑스인들이 그곳으로 발령받기 위해 장애인 흉내까지 낸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어느 곳에서든 많은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1)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 '장애수당'

프랑스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수당(AAH, Allocation aux adultes handicapes)'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장애수당은 프랑스나 유럽연합 회원국 국적을 가진 자 중 장애가 최소 50%에 달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은 매달 최저 생계비에 준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액은 장애의 정도나 나이, 소득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며, 1인당 최대 790.18유로(한화 약 115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수당 외에도 장애 정도가 80% 이상이거나 50~79% 사이더라도 장애로 인해 직업을 가질 수 없을 때는 '추가수당(CDAPH, Complements d'allocation aux adultes handicapes)'이 지급됩니다.



2) 장애인에게도 일할 권리를, '장애인 고용 할당 의무'

프랑스의 장애인 근로자법은 20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한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6%의 일자리를 장애인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정부에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 덕분에 프랑스 내에서는 장애인 취업률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는데요. 1996년만해도 2백 명이 채 되지 않았던 장애인 근로자들의 수는 오늘날 3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3) 장애인 우대카드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든 내, 외국인들 중 80% 이하의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장애인 우대카드(Carte d'invalidite)'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서비스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는 앉는 자리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으며, 서비스 이용 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우선적으로 이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장애인 우대카드

 

저도 이곳 프랑스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장애인 우대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혹시 자리를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는데요. 겉모습으로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선뜻 자리를 먼저 내어주지 않다가도, 장애인 우대카드만 있으면 한 번에 해결! 뿐만 아니라 장애인 우대카드가 있는 장애인들은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세금이나 고용, 학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답니다.

 

4) 장애인도 함께 누리는 문화 생활

프랑스 정부는 장애인들이 다른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문화적인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다수의 공연장, 극장 등의 문화, 예술 공간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장애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들이 각종 예술 작품과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예로 미술관 등에서는 매 행사, 전시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안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보자르 미술관'의 경우 조각품이나 합성수지로 모사된 그림을 장갑을 끼고 직접 만져보며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극, 오페라 등의 공연장에서는 공연 정보를 음성(시각장애인)이나 수화(청각장애인)로 동시에 전달해주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Quimper 보자르 미술관에서는 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가이드 안내,

시각장애인 대상 음성 라이브러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usee des beaux-arts de Quimper, www.mbaq.fr)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마주치는 장애인들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으며, 비장애인들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너무나 잘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출을 위해 한 공무원이 장애인인척 서류를 조작하는 모습이 영화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장애인들에게 열려있는 프랑스! 사회, 문화 등 여러가지 측면의 복지 제도들을 살펴보니 프랑스가 얼마나 세심하게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프랑스 행정부 www.services-public.fr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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