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생활/복지칼럼

[복지로 기자단] 독일, 대가족을 꿈꾼다

복지로 2013. 12. 18. 17:46

독일, 대가족을 꿈꾼다


독일 노인들은 외롭다. 추위는 6개월 가량 지속되고, 오후 4시면 어두워지는 독일의 겨울엔 더욱 그렇다. 자녀가 만 18세면 독립하는 게 자연스런 풍토인 이곳에서, 노년의 독거율은 높아만 간다. 명절에 해당하는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야 겨우 자식이나 친척의 얼굴을 만난다. 노인의 자살과 우울증에서 ‘고독’이 단연 일등공신이다.


조용하게 살고 싶어하는 독일 노인들이 많다는 것도 옛말이다. 문명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의 소외감은 심해진다. 그렇다고 전통사회로 돌이키기엔 사회시스템이 너무 개인주의다.


현재 통계상 독일의 100가정 당 2가정만이 3세대가 어울려산다. 소가족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생각해낸 게 아시아 따라잡기다. 혈연 중심의 가족문화가 팽배한 아시아의 전통적 가치관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사실 정작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는 개인주의가 팽배하건만, 개인주의가 활개를 치는 독일은 오히려 뒤늦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것 같다. 그런 가치관의 바탕에서 태어난 것이 다세대 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다. 현재 독일 연방정부에서 야심차게 진행하는 다세대 하우스는 한 건물 아래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공동체 주거공간 프로젝트이다.



1.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 시초는?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원래 전 여성가족부 우슬라 장관이 니더작센 주에서 노년층과 젊은 층의 소통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 프로젝트 정책에서 출발했다. 즉 세대를 거슬러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모임과 사회적 연대를 중요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후 우슬라 장관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2006년에 독일 내무부에서 행동 프로그램 일환으로 독일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본격적인 정책 시행은 2007년 4월 16일이며, 당시 200 여개의 다세대 하우스를 선정했다. 2013년 현재 전 독일에 450개의 다세대 하우스가 있다.


2.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란?

독일의 주거개념으로 본게마인샤프트(Wohngemeinschaft/약자로 WG_공동주거)라는 형태가 있다. 주로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이 활용하는 주거개념으로 한 집에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우리의 하숙과는 다르다. 각자의 방을 가지고 공동의 부엌에서 각자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한다.

다세대 하우스는 좀더 확대된 개념이다. 한 집이 아닌, 한 건물 안에서 함께 공동으로 편리한 시설을 이용하고 이웃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여러 세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의 중점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친밀한 이웃으로, 세대간 통합 및 정서적 결합에 있다. 전통적인 대가족사회를 표방하는 시스템이다. 이곳에는 노인, 싱글, 젊은 부부를 비롯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다.

모토는 열린 만남(Offene Treff)이다. 나이와 출신지를 떠나 카페나 클럽처럼 만남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노년층에겐 가족이나 친척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의 돌봄을 이웃에게서 얻을 수 있고 젊은 층은 노년층에게서 조언과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이 프로젝트 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노년과 돌봄. 둘째는 통합과 교육, 셋째는 가족적인 활동의 상호 나눔 넷째는 자원봉사 참여활동이다. 즉 노년을 위한 젊은층의 배려와 돌봄, 다세대 하우스 내 시설을 통한 교육의 장, 세대간 도움을 주고받는 친교의 장, 다세대 하우스 내 각 개인의 봉사를 통한 사회참여 활동을 의미한다.


3.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 운영은?

신청자를 통해 입주하는데, 국가의 지원이 따른다. 이 하우스의 복지 마련을 위해 각 다세대하우스 건물당 5년간 연 40,000유로가 지원된다. 30,000유로는 독일 연방 가족, 노인, 여성부(Ministerium für Familien, Senioren, Frauen)와 유럽사회펀드(Europäischer Sozialfonds/ESF)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10000유로는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지원한다. 2009년 이후부터는 각 도시의 기업체나 교회 등에서도 지원이 되며, 점차 다른 부분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 지원금은 공동주거에 사는 거주자들의 복지를 위한 교육 및 스포츠 클럽 관리, 기타 관리 명목에 활용된다.



4.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의 장점은?


1) 젊은 부부에게는 어린이 돌봄의 편리성

독일에는 양로원 옆에 유치원이 있는 곳이 많다. 그것은 서로 다른 세대가 정서적 도움을 주고받고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다세대 하우스에 입주한 젊은 부부는 아이들 돌봄에서 조부모와 같은 노년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그 속에서 친조부모에게서 받지 못했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노년층 또한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층은 물건을 사러갈 때 젊은층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외출이 부담스럽지 않다. 병에 걸렸을 때도 주변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좀더 수월하다.


2) 각종 편의시설 이용

함께 쓰는 큰 정원에서는 여름이면 그릴파티를 함께 한다. 또한 취미실이 있고, 세미나실이 있어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휘트니스, 사우나, 주차공간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주말이며 이웃과 함께 음식을 해먹거나 담소를 나누며 이웃의 가치를 체험하게 된다. 어느 정도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 친구가 되지 못하는 독일의 정서에서는 참 보기 드문 공동체적 모습이다.


5. 다세대하우스(Mehrgenerationenhäuser)의 전망

베를린에 위치한, 다세대 하우스에서 5년 전부터 살고 있는 헬가 씨는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이웃 아이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고 함께 이야기 할 때가 행복하다. 난 그들에게 할머니가 아니고 이웃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가족 이상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다세대 하우스의 의미를 높이 사며 이상적인 주거모델로 꼽는다. 하지만 단점의 소리도 들린다. 함께 있으므로 생기는 이웃간의 충돌이 있을 수 있는 것. 가깝게 지내다 보면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가 미치지 못하면 실망으로 번지는 게 관계성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다. 그래서 상처받으면 문을 꽁꽁 닫고 더 큰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다세대 하우스는 공동주거시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또한 다세대 하우스 내 특별한 계획 등에 때론 참여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더욱이 조용하게 지내길 원하는 이들에겐 맞지 않을지 모른다. 국가와 지역, 나이를 초월하기에 다양성의 문화 속에서 이질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특히 통계상 3분의 1 정도는 젊은 부부가 입주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로 인해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소통을 통해 공동체적 즐거움을 맛보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홀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중요점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배려, 상호 협력적인 분위기 마련이다.

미래의 주거형태라고 극찬하는 다세대 하우스 프로젝트.

의류계의 복고 열풍처럼 과거 대가족체제의 장점을 잘 추출할 수 있을지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롭게 Mehrgenerationenhäuser Ⅱ가 가동되고 있는 지금, 대가족 사회의 따스함을 담아낼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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