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생활/복지칼럼

[복지로 기자단] 예술인들을 위한 프랑스 사회의 연대

복지로 2013. 12. 19. 11:01

예술인들을 위한 프랑스 사회의 연대


최근 프랑스 복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프랑스 사회가 '연대(solidarite)'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는 프랑스에서는 소수만을 위한 특권을 지양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국가 복지를 위한 세금으로 내거나 다른 노동자가 파업을 할 때 불편함을 감수하고 파업을 지지해주는 모습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사회에는 한국 사회가 가지지 못한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들을 갖추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로는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습니다.


 

1) 저작권료를 받는 예술인을 위한 복지 제도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의 사회보장을 담당하는 '예술인의 집(La Maison des Artistes)'에 가입한 예술인들은 퇴직 후 건강보험, 노령연금과 같은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은 비정부기관이지만 정부에서도 예술인의 집을 통해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예술인'이라는 지위가 일반 노동자들과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프랑스에서는 예술인도 일반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 예술인의 집(출처: www.lamaisondesartistes.fr)

 

이와 더불어 프랑스에서는 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에 가입한 예술인들은 전국의 모든 국립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법적 권리에 관한 법률 지원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에서는 매년 700건이 넘는 법률 상담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술인의 저작권, 세금, 사회적 권리 등이 법률상담의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인의 집'에 등록을 한 예술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작업실을 신청할 자격 또한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공공 기관에서는 예술인들에게 1천 6백개 이상의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예술인들이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예술인의 집'은 전체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비용을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예술인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들과 비슷하거나 동등한 조건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19세기 무렵부터 시작된 예술가 노조의 지속적인 투쟁이 있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복지 제도들은 이러한 투쟁 속에서 견고해진 프랑스 사회와 예술인, 그리고 예술인들 간의 연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임금을 받는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 제도

프랑스에는 공연예술비정규직을 위한 실업급여 '앵떼르미땅(Intermittent du Spectacle)'이 있습니다. 영화, 방송, 공연 관련 종사자(배우, 연주자, 감독, 각종 기술자 등)들은 직업의 특성상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고, 실업과 취업을 단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공연예술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실업보험제도'를 동등하게 적용하여, 직종별 최소 근로기간을 충족할 경우에는 공연이나 촬영이 없는 기간에도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험 분담금은 고용주가 3.5%, 근로자가 1.9%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공연예술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약 30만 명 정도입니다. 이중 15만명 가량이 비정규직 형태로 종사하고 있으며, 약 10만 명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앵떼르미땅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앵떼르미땅 제도 도입 후 공연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수가 확대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예술인들이 앵떼르미땅 제도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3) 기타

프랑스의 국립조형예술센터(CNAP,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에서는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140여 가지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는 우선 예술 프로젝트 지원이 있습니다. 이는 각 예술 영역별로 작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심의에 통과될 경우 작품 프로젝트 환경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요. 지원 금액은 프로젝트별로 상이하게 산출되며, 최대 7,6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 창작 활동을 위한 작업실 설치에 있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작업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받거나 창작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최대 7,600유로까지 받을 수 있으며, 작업실 설치 지원의 경우 총 프로젝트 비용의 50%를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지원은 국립조형예술센터의 동의를 거쳐 DRAC(Aides regionales directes)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예술인들이 특정 마을에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술인 레지던스(Residence d'artiste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숙식 해결은 물론, 거주 기간 동안 급여와 생활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인 레지던스는 프랑스 내 여러 마을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위치한 예술인 레지던스(출처: gites-bretagne-tregor.com)

 

프랑스의 자크 랑 장관은 "문화는 생활 그 자체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예술의 종주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프랑스가 오랜 시간동안 이같은 명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의 예술인을 지지하고 보호하려는 프랑스 사회와 예술인들간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 프랑스의 예술인 사회보장제도, 목수정, 2006.10.31

- 예술인의 집(www.lamaisondesartistes.fr)

- 국립조형예술센터(www.cnap.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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