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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연예인 변정수의 아름다운 나눔 이야기

복지로 2015. 9. 24. 09:47
[복지칼럼] 연예인 변정수의 아름다운 나눔 이야기

 

 

변정수(탤런트, 영화배우) “SOS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 주세요.”
베이비박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는 무엇을 뜻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이가 담겨 있는 박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아기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담겨 있는 박스인가보다’ 넘겨짚었다. 실제로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속옷, 젖병, 기저귀, 담요 등 신생아에게 필요한 유아용품을 담아 임산부에게 선물하며 이를 ‘베이비박스’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축복받은 베이비박스가 있는가 하면, 다른 의미의 베이비박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난곡동 소재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박스인데,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가 바로 그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거나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끔찍한 일이 발생하는 상황을 막고자 아이를 두고 갈 수 있게 만든 것이란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운영된 이후 끔찍한 일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은 없다.

 

베이비박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일본 등 20여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나라마다 찬반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찬반 입장 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러한 찬반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짐을 느낀다.

 

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은 그 후에 어디서 어떻게 자라나게 되는 걸까. 베이비박스가 존재하거나 말거나와 상관없이 계속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버려지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가 아닐까? 전 세계 134개국에서 활동하는 ‘SOS어린이마을’은 UN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특정분야협의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한 INGO단체이다. SOS어린이마을의 4가지 운영원리(형제자매, 어머니, 가정, 마을)는 UN이 인정한 대표적인 대안양육이다. 친부모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SOS가정에서 보호하며, 가정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

 

나는 2003년부터 SOS어린이마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SOS어린이마을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고 목욕을 시켜주는 등 일상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SOS어린이마을에는 신생아들부터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까지 1백여 명의 아이들이 SOS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올해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버려진 10명의 신생아들이 신청을 통해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왔다. 앞으로도 30명의 아이들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법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사실상 2명의 양육자 선생님이 10명의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다. 애착이 형성되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도움의 손길이 정말 간절하다.

그래서 한 아이에게 10명의 엄마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로 ‘레츠 비 어 마미(Let’s be a Mommy!)’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 아이에게 여러 명의 엄마가 생기면 그 엄마들이 시간 날 때마다 방문해도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한 달에 2만원씩 후원금을 내는데, 한 아이에게 10명의 엄마가 생기면 20만원이라는 큰돈이 생긴다. 이 돈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저귀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아파서 병원에 한 번 가려면 정말 큰돈이 드는데 그럴 때도 정말 유용하다. 게다가 실제로 후원자분들 중 엄마들이 많다 보니 내 아이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현실적인 도움이나 힘이되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주신다.

 

나는 이곳에서 상현이, 현우라는 두 아들을 얻었다. 지난 11월, 여기서 상현이와 현우의 백일잔치를 열었다. 건강하게 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모든 것을 준비했다.

 

SOS어린이마을의 ‘레츠 비 어 마미(Let’s be a Mommy!)’ 캠페인에 함께하는 엄마들도 초대해서 함께 축하하고 식사도 했다. 정말 즐거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결혼 전에는 아이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일을 통해 얻는 행복이 더 컸다. 그러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채원이가 태어났는데, 왜 옛날 어른들이 ‘여자들은 엄마가 되어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10년 터울로 둘째 정원이가 태어난 뒤에는 그런 생각이 더 커지면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굿네이버스도, SOS어린이마을도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거다.

 

주말에는 남편, 두 딸 채원이, 정원이도 함께 서울 SOS어린이마을을 찾는다. 내가 애들을 씻기고 청소하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멀뚱멀뚱 하던 아이들이 “난 이불을 갤게”, “우유를 먹일게” 하면서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했다. 이곳에서는 연말마다 행사가 열리는데, 몇 번 무대를 구경하다가 어느 해부터인가는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됐다. 큰애는 기타를 치고, 둘째는 친구들을 데려와서 노래를 부르고, 나중엔 아이들의 친구들까지 모이면서 더 큰 무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밤에 애들 재울 때 구구단을 외워줬다. 그게 기억에 남았는지 나중에 아이들이 쉽게 구구단을 외웠다. 어쩌면 ‘봉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콩을 반으로 나눠 먹는 것이 봉사야, 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함께 다니면서 보여주는 것이, 느끼게 하는 것이 진짜 좋은 교육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봉사 활동을 하더라도 누가 알까 쉬쉬하며 조용하게 했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다 보면 본질을 벗어나게 되고, 눈빛이 달라지고 온전한 마음을 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엔 마음이 좀 바뀌었다. 좋은 일일수록 더 널리 알려야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엔 SNS나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홍보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가을, 아이들의 숙소인 SOS 베이비 하우스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그동안은 원장님께서 주도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레츠 비 어 마미(Let’s be a Mommy!)’ 캠페인 홍보도 할 겸, 내가 직접 나서서 아이들이 준비한 무대 행사 MC도 보면서 물건도 사고팔았다. 나의 삶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변정수의 탐나는 하우스 파티」를 애장품으로 내놓았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전부 기부금으로 쓰인다. 그날 대략 1천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날의 수익금에, 제 주변분들, 기업들의 도움까지 더하면 총 1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그때 정말 뿌듯했다. 게다가 이곳에 분유나 기저귀와 같은 물품들이 늘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사기업에서 이곳 아이들을 위해 1년간 분유를 기부해 주기로 했다. 또한 국내 포털사와의 인터뷰와 별도로 1년간 SOS어린이마을에 분유를 지원해준다고 한다. 아무리 흉흉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가족, 지인들과 함께하는 나눔의 시간들은 또 다른 기쁨이다. 요즘 나는 ‘맘스센터’를 건립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맘스센터’는 ‘엄마의 맘’과 ‘마음의 맘’을 뜻하는 거다. 네팔, 필리핀 등 현재 3호점까지 지었고 4, 5호점이 계획 중이다. 죽기 전에 100호까지 짓는 것이 내 꿈이다. 만약 시간이 부족해 내 생애에 이루지 못하다면 나중에 내 딸들이 커서 그 일을 이어가 주길.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 본 칼럼의 내용은 복지로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SOS어린이마을안내 안내 : 전화 02-2692-1052, 홈페이지 www.koreaso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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