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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음악, 나눔의 도구가 되다

복지로 2016. 5. 17. 15:52
[칼럼] 음악, 나눔의 도구가 되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리스트)

 

 

어린 시절, 미국 워싱턴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마음 편히 음악을 배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어머니를 입양한, 미국인인 조부모께서 클래식을 듣고 배우고 사랑할 수 있도록 헌신해주셨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할아버지 덕에 일찌감치 수많은 클래식 LP를 접하면서 음악에 눈을 떴다. 비올라를 시작한 뒤, 당시 80세의 할머니는 10년 동안 매주 5시간씩 오가야 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내 인생에서 그분들을 만난 것보다 더한 행운이 있을까.내가 가진 재능은 조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사랑과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내가 받은 사랑만큼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국내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걸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고민 끝에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자고 결심했다. 물론 음악이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다만 나 스스로가 음악을 통해 받은 위로를 함께 나눠주고 싶었을 뿐이다.

 

외모도, 성격도, 가정환경도 모두 다른 24명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2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했다.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 다큐멘터리 <안녕?! 오케스트라>이다. 2013년, 극장에서도 개봉했는데, 그 후에도 안산시의 도움을 받아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1년에 한 번, 12월에 정기 연주회를 한다. 간혹 학교 공부 때문에 그만둔 친구들이 있어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용재 쌤!”이라며 달려와 인사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예쁘고 반가운지 모른다.


내가 연주하는 비올라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중에서도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랄까. 음악을 통해 어머니가 주는 것과 같은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렇게 매일을 조금씩 더 행복한 기분으로 살다 보면 결국엔 인생도 즐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리처드용재오닐이 학생들에게 비올라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나눔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상 속에서 쉽게 도 실천할 수 있는 걸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경우, 마라톤이 취미라 1m 달릴 때마다 얼마의 돈이 기부되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최근, MBC와 옥스팜(Oxfam)이 함께 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케냐에 다녀왔다. 케냐는 전 국민 95%가 절대 빈곤에 놓인 아픔의 땅이다. 왜 이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더 적극적으로 봉사 활동에 임해야겠다는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당분간은 케냐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용재’라는 내 이름은 줄리아드 음대 시절 만난 한국인 강효 예술 감독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다. ‘용기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각각의 앞 글자를 따왔다. 이름이 뜻하는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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