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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7 [복지로 기자단] 미국의 가정폭력정책 30년 (2)
미국의 가정폭력정책 30년  

 

1970년대 미국에서는 여성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매맞는 여성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여성에 대한 인식이 여성운동과 맞물려 이슈화되자 1977년 처음으로 펜실베니아주에서 아내를 학대한 남편을 체포하는 법이 통과되었고, 1989년 이 법은 위스콘신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의무화되었습니다. 즉,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로 의심되는 배우자나 파트너를 무조건 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1994년 일명 “여성학대방지법”(Violence Against Women Act)이 제정됩니다. 이후2000년, 2005년, 2012년 세 차례의 개정 절차를 거쳐 이 법은 가정폭력 및 파트너 폭력 예방과 개입에 가장 핵심적인 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매년 많게는 약 40억 달러의 예산이 형사집행, 법률, 관련 종사자의 교육/훈련, 핫라인, 쉼터 등의 피해자를 위한 서비스 및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체포의무화와 여성학대방지법 등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적 제재가 시작된 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미국의 지난 가정폭력 개입방법들을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쉼터 운동

미국에서 학대받은 여성을 위한 쉼터는 1971년 처음 문을 열었으나, 이후 1977년에는 89개, 2012년에는 1,949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1, 2).지금 이 시간에도 2만 5천명에 달하는 가족이나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부터 학대받은 여성들이 24시간 운영되는 쉼터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1). 하지만 이런 수치에도 불구하고 쉼터가 필요한 모든 여성에게 응급쉼터나 임시거주지가 제공되고 있지는 못하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실제로 이런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지 상상할 수 있으시겠죠?


 <사진출처http://www.uss.salvationarmy.org/uss/www_uss_westpasco.nsf/vw-dynamic-arrays/DD88DF4810CA749C8025730800549238?openDocument>


한편, 정말 쉼터가 이 여성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인지, 제대로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거나 새롭게 대두되는 논란이 있습니다. 

먼저,쉼터 자체에 가지는 문제제기로는 쉼터 주소를 비밀에 부쳐야만 안전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이런 여성들을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시킨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거주지가 노출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쉼터가 운영되지만, 실제로 가해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쉼터의 위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이 여성들이 지역사회의 자원을 보다 자유롭게 이용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터부시하지 않는 풍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돕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은 것 같습니다. 쉼터에 입소하면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쉼터 규정에 따라 무조건 상담을 받아야 한다든지 무조건 지지그룹에 출석해야 한다든지 말입니다. 정말 이런 의무화된 서비스들이 모두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아직도 입소자격에 제한이 많습니다.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전문인력이 많이 확충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민자나 소수인종이 쉼터에 연락하거나 실제로 입소하는데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런 집단을 위한 쉼터도 부족하고 언어적인 문제도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큰 제약은 아마도 지원금일 것입니다.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원금 대부분이 특정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특정 상황에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식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되면 당연히 지원금이 있는 프로그램만 운영되거나 특정 개인을 돕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겠지요.



체포 의무화

앞서 잠시 이야기한 체포 의무화는 모든 학대상황에는 가해자가 있다는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법의 영향으로 학대로 인한 체포율이 90년대 중반 12배까지 증가했습니다3). 이 법의 긍정적 영향은 가해자가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 (Batterer Intervention Program, BIP)이라는 학대 재발 방지 프로그램에 출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뜻밖의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가정폭력 또는 파트너 폭력 상황에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가해자로 보고해야 하는 법 때문에 여성 가해자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때문에 요즘은 (물론 다른 측면의 이유들과 더불어)학대 상황은 여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식도 함께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련 서비스의 필요성과 예산 문제도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체포 의무화는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학대상황 자체를 묵인하거나,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체포당하고 다른 누군가는 묵인된다는 건말이 안 되겠죠. 하지만 체포라는 형사집행의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겁습니다. 누가 가해자인지 판단하고 체포를 집행하는 것은 바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입니다. 학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라면 그 이후의 상황들은 많이 달라지겠죠?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과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예방사업들에 대한 예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

가해자 프로그램 (BIP) 에 참석하게 되는 이유는 지역사회에서 운영되는 공공,사립 기관의 추천이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체포의무화로 인해 가해자로 고발되면서입니다. 법정에서는 가해자에게 이 프로그램에 참석할 것을 명령합니다. 


2007년에는 거의 모든 주에서 BIP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정폭력이 한 배우자(또는 파트너)가 다른 상대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통제하려고 한데서 비롯된다는 믿음에 기초해 약 26주간의 가해자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정/파트너 폭력에 대한 의식과 건강한 관계에대한 교육 등을 골자로 합니다. 


그러나 여성 가해자 수가 늘어남에도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의 목표는 아직도 초기의 남성 가해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법정에서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에 참석할 것을 명령받았더라도 사후 모니터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2008년 조지아 주 한 카운티의 고등법원자료를 모니터링한 결과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개입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석하고 있지 않은 비율이 거의 8-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경찰이 출동하고 체포까지 되었던 가해자이기에 2차 피해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출석이 되어야 가해자 개입 프로그램이 실제로 학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제 기능을 하는지 연구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이 가정폭력, 파트너 학대, 여성을 대상으로하는 폭력 등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예를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역 협동개입 (Coordinated Community Responses, CCRs), 공공복지프로그램 혜택, 이민자 및 미국 원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등에서도 많은 개선이 있었고, 더 개선해 나아가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이러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학대와 폭력에 대한 인식은 건설적인 면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네 탓이 아니야”라는 이해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따릅니다. 학대에도 불구하고 상처로부터 회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레슬리 모건 스테이너의 왜 학대받은 여성은 가해자를 떠나지 않는가에 대한 강연,

사진출처: http://englishlearningportal.com/2013/03/22/leslie-morgan-steiner-why-domestic-violence-victims-dont-leave-video/>


레슬리 모건 스테이너는 한 유명 작가이자 기업가입니다. 그녀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자신이 어떻게 학대 받았고, 이상하리만치 인내하며 그 삶 속에 머물렀으며,어떻게 그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 있을 땐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깨닫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런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사회풍토가 있고, 또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그런 삶을 살았던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폭력의 달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과 홍보 티셔츠>


미국에서는 1981년 이후로 쭉 매년 10월을 “가정폭력의 달” (Domestic violence awareness month)로 지키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목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미국에서도 긴 시간 조금씩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과 노력들이 개선되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에 이와 같은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1) National Network to End Domestic Violence (NNEDV).(2012). A 24-hour census of domestic violence. Retrieved from http://www.thelodgemiami.org/downloads/DVCounts07.pdf.

2) Roberts, A. R. (2002). Myths, facts, and realitiesregarding battered women and their children: An overview. In A. R. Roberts(Ed.), Handbook of domestic violenceintervention strategies: Policies, programs, and legal remedies (pp. 3-22).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3) Hamberger, L. K. (1997). Female offenders indomestic violence: A look at actions in their context. Journal of Aggression, Maltreatment, and Trauma, 1, 117-130. 




※ 복지로 기자단은 복지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로에서 운영하는 객원기자단입니다.

따라서 본 기사는 복지로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ed by 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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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10.18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정폭력을 단순히 개인 가정사라고 모른척 하면 안되겄지요. 미국처럼 우리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자구요.

  2. 2013.10.23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에서 쉴수없는 여성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쉼터가 많은 도움이되는거 같아 그나마 안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