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의학박사 홍혜걸의 건강 지키미 1편!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의학 관련 내용이 나오면 아무래도 더 유심히 보는 편이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독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 고정관념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임신부가 항상 입덧을 하는 것이라든지 화가 난 사람이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것 등이다. 사실, 입덧을 하는 임신부는 셋 중 하나 정도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만 보면 모든 임신부는 다 입덧을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서 화가 난 아버지나 회장님들은 꼭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압이 올라 기절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속설 중 하나다. 물론,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을 움직이면 혈압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뒷목에 통증이 오는 증상 같은 것은 거의 없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이 상당기간 동안 혈압이 높은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 부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100명 중 33명은 본인에게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30-40대에서는 고혈압 환자 3명 중 2명이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혈압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이란, 말 그대로 혈압(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이 높은 것을 말한다. 고혈압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높은 혈압으로 인해 혈관이 잘 터지고 잘 막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높은 혈압으로 상처가 누적되면 혈전이란 혈관 부스러기가 목이나 팔, 다리 동맥에서 떨어져 나와 돌아다니다가 뇌혈관 등 주요 혈관을 틀어막게 된다. 게다가 혈압이 높으면 같은 양의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욱 세게 펌프질을 해야 하므로 심장에도 큰 부담을 준다.

 

결론적으로 혈압은 과다출혈로 혈압이 떨어지는 비정상인 경우가 아니라면 낮을수록 좋다. 예컨대 A의 혈압이 130이고 B의 혈압이 129라면 둘다 정상이고 단 1의 차이라 하더라도 B가 A보다 좋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해롭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상식이다. 의학교과서에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는 있어도 저혈압이란 병명은 없다. 많은 경우 저혈압을 지닌 사람들은 의기소침하다. 그러나 그들은 부모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저혈압은 축복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혈압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평균 5년이나 길다는 보고도 있다.

고혈압은 오직 혈압계로만 진단이 가능하다. 절대 증상으로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 mmHg 미만, 동시에 이완기 혈압 90 mmHg 미만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이보다 높으면 고혈압 환자다. 고혈압을 의미하는 고유의 증세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뒷목이 뻣뻣하고 어지러운 것은 모두 고혈압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들이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며, 운동으로 뱃살을 빼고, 싱겁게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5가지다. 가장 쉽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고통받지 않으려면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들 5가지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해야한다. 그래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약물을 복용해야한다. 대개 한평생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혈압 환자 중에는 이를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선 약을 먹는 것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약은 남용과 오용이 문제일 뿐 의사의 처방을 거쳐 복용하는 약은 절대 꺼릴 이유가 없다. 이미 선진국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고혈압 약물치료가 사망률을 낮추는 등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것은 수억 여 명의 환자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수십 년 복용을 해도 대부분 부작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왕 고혈압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면 몸에 좋은 비타민제를 먹는다는 긍정적 태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월든>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라는 신전을 짓는 건축가이다'라고 했다. 평소 자신의 몸을 신전으로 여기고 꾸준히 관리해 준다면, '침묵의 살인자'가 감히 얼씬도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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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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