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멘토리 야구단- 미래에 희망을 던져라! (2편)

 

 

 

양준혁(스포츠해설가, 전 야구선수)

멘토리 야구단은 처음에 유소년 야구단으로 출발했다. 원칙적으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야구단에서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졸업했다고 해서 도저히 그냥 내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청소년 야구팀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돌봐주고 있다.


어느 날인가는 아이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수학을 배우고 싶다는 거다. 우리 자원봉사 학생 중에 수학 전공 학생이 있어서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부랴부랴 재단 사무실 한 곳에 공부방을 만들어줬더니 이제는 야구 끝나고 거기 모여서 공부도 한다. 덕분에 좁은 사무실이 더 좁아졌지만 야구하고 놀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덧 커서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기특했다.

 

만약 아이들 중 정말 야구선수가 되어도 괜찮을 정도로 재능과 근성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야구선수가 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다. 실제로, ‘멘토리’ 아이들 중 한 아이는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난 이 아이들이 야구선수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야구선수는 그 범주에 속하는 것뿐이다.

 

멘토리 야구단은 서울을 시작으로 성남, 양주, 시흥, 대구까지 총 5개 팀, 새로 창단한 청소년 팀까지 합하면 총 6개 팀이다. 사실, 운영하는 인력은 제한되어 있는데 팀이 계속 늘어나면서 운영이 쉽지가 않다. 하지만 재단 직원과 자원 봉사해 주시는 분들의 헌신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이라 유니폼과 글러브, 스파이크가 금방 작아지고 낡아 버린다. 그리고 한국에는 워낙 야구할 공간이 없는데 멘토리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내가 ‘양준혁 청소년 야구 드림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게 된 것도 청소년 야구 동아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마음 편히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 것이다. 또한 2013년 1월에 열렸던 ‘대학 동아리 야구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다. 흙먼지 날리는 대학 운동장이 아니라 잔디가 깔려있는 정식 야구장에서 야구할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당시에 수원시의 협조 덕분에 수원야구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었다.

 

현재 재단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돈은 내가 개인적으로 출자하는 것이다. 물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 후원을 통한 운영 체계가 만들어질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멘토리 야구단은 각 팀마다 스폰서를 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있고 다른 큰 행사들은 발품을 팔아서 스폰서를 모집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열어 물건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저 좋은 일이라는 명분으로 큰 금액을 후원받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많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그 관심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금 나눠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일컬어 ‘미래의 희망’이라고 하지 않나.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바로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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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멘토리 야구단- 미래에 희망을 던져라! (1편)

 

 

양준혁(스포츠해설가, 전 야구선수)
2010년 9월 19일. 18년의 야구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아마 국내 스포츠 선수 사상 가장 화려한 은퇴식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은퇴한 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야구를 통해 그동안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은퇴 경기 입장 수익 전액으로 ‘청소년 야구 드림 페스티벌’을 열었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팀과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60개 팀,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대전 야구장에 모였다. 아이들은 마음껏 야구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신나 하던지.

 

그날의 대회가 내 인생을 바꿨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뜨거워졌다. 야구가 내 인생을 바꿨듯, 어쩌면 이 아이들의 인생도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와서 편하게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대신 국내에서 야구재단을 설립하고, 뒤이어 ‘양준혁 멘토리 야구단’을 창단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어린이 야구단 구단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멘토리 야구단은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가정, 탈북민 가정 등 소외받기 쉬운 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된 야구단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아이들이 일단 운동장에 와서 함께 뛰고 연습하다 보면 잔뜩 찌푸렸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 싶게 활짝 펴진다.

 

몇 년 전, 케냐의 빈민가 아이들로 구성된 ‘지라니 합창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잠깐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고, 공부를 하고 싶지만 학교 문턱에도 갈 수 없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 되면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부르는 흥겨운 노래를 들으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 같았다. 우리 야구단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라니 합창단의 아이들이 노래를 하며 희망을 키우듯이, 멘토리 야구단 아이들은 야구를 하며 희망을 키운다.

 

 

내 친구 중에 미국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아들이 전국 상위 5% 안에 들 정도의 수재였다. 자신만만하게 미국 최고 대학에 지원했는데, 입학 허가가 안 났다고 한다. 결과를 납득할 수가 없어서 대학 총장에게 메일을 보내 이유가 뭐냐고 따졌더니 이렇게 답변이 왔더란다. 친구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스포츠를 한 기록도 없고, 봉사활동을 한 기록도 없었다고. 자기네 대학은 그렇게 학업에만 매진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고.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공부만 강요한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야구나 농구, 축구 같은 단체 운동을 통해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들을 배울 수가 있다. 몸으로 그것들을 익히는 것은 글과 말로 수백 번 강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야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희생’이란 단어를 쓰는 유일한 스포츠다. ‘희생번트’와 ‘희생 플라이’가 바로 그것이다. 희생정신뿐만 아니다. 야구는 단결력, 준법정신, 리더십 등 아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일종의 전인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멘토리 야구단 아이들 중에 성근(가명)이라는 아이가 있다. 처음에는 코치 말도 잘 안듣고, 훈련 시간에 뛰라고 하면 느릿느릿 걷고, 뭐라고 하면 다른 데 쳐다보면서 딴청만 부리는 반항기 다분한 아이였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성근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잘 한다’는 칭찬을 듣고 경기 때마다 같이 뛰는 친구들과 ‘파이팅’을 외치다보니 눈에 띄게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은 팀에서 없어서 안 될 주축 선수가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분노조절장애를 앓던 진산(가명)이라는 아이도 야구를 하면서 굉장히 밝아졌고 분노조절장애가 거의 치유되었다. 이렇게 야구를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희망을 지켜줘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미래에 희망을 던져라! 2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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