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그녀 : 미국의 빈곤 여성

 

그녀들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미국 동남부 인구 약 20만의 캠퍼스 타운이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내가 보는 미국 여성은 대학교 여학생이 대부분일 정도로 편향되어 있었다. 보기 좋게 햇볕에 그을린 예쁘고 어린 백인 여학생들. 좀 살아보니, 이 예쁜 아이들이 금요일 밤에는 잘 차려 입고 다운타운 클럽을 가거나 친구들과 파티를 즐긴다는 걸 알게 됐고, 일부는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 온 여학생클럽 (sorority) 활동을 하며 일찍부터 사회관계를 쌓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사진은 뉴욕에서 찍은 사진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는 관계가 없음을 밝힌다>

 

그렇지만 이런 삶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도시에는 머리카락이 엉켜 있고 마리화나를 피우고 의약용 마약에 의존한 덕에 이빨이 상한 백인 여성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면 소위 위험구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정크 푸드 섭취율이 높고 일정한 수입이 없으며,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며 미성년자 자녀를 키우는 흑인 여성이 살고 있다. 생활반경이 학교와 기숙사로 정해져 있던 내가 전자말고 후자를 보는 일은 월마트나 크로거 같은 중저가 식품 마트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가정폭력 쉼터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렸다. 너무나 낯설어서 비현실적이었던, 그래서 오히려 편견이 뇌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 레이더 밖의 삶. 다른 피부 색, 경험, 말투, 일상을 살아가는 LM, TO, CH 등의 이니셜로 기록되던 그녀들은 안전을 위해, 피난처가 없어 한 곳에 모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빈곤이란 무엇인가?

왜 어떤 여성은 가난할까. 게을러서, 교육을 못 받아서, 이혼을 해서,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정말 그 이유가 전부인지 그 이유들로 그들의 가난에 철저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 빈곤에 대처하는 미국의 입장은 좀 더 분명하다. 절대 빈곤, 상대 빈곤 수치에 걸려 넘어진 자들을 빈곤계층으로 정하고, 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공황 때부터 사회보장법의 일환으로 자녀를 부양하는 빈곤 가정에 현금보조를 해 왔다. 이 법과 그 개정법이 재밌는 이유는 수혜자 대부분이 결혼하지 않았거나 가족 붕괴로 홀로 자녀를 부양하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언젠가부터 미국인에게 빈곤 여성은 정부로부터 현금보조를 받는 여성으로 여겨지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이렇다라고 하며 일정한 특징들로 이루어진 틀 (framing)안에 가둔다. 빈곤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의 자세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줄곧 장기 수혜자로 전락하는 미국 빈곤여성의 삶을 보며 불안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여성 수혜자들로 치우친 현금보조 프로그램을 바라보며 빈곤이라는 건 얼핏 보기에 빈곤한 자는 말 없이 받기만 하고, 주는 자 입장에서는 할 일도, 할 말도 많은 골치 아픈 과제인 듯 하다. 미국의 현금보조 프로그램의 역사를 보며 미국 정부가 어떻게 그 불안과 답답함에 대처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현금보조 (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

기존의 사회보장법 안에서 지급되던 현금보조는 1996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클린턴 정부가 개인적 책임과 일할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방법 (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Act) 에 서명한 것이다. 따라서 빈곤 가정에 지급되던 현금보조는 “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그 내용 또한 대폭 수정되었다. 그 수정안들은 두 가지 사항에 충실하고자 했다. 먼저, 생물학적 아버지의 양육권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혼외 임신과 출산을 줄이고, 양육권 설정을 통해 양육비를 지급받도록 하여 생계비에 개인의 부담을 늘이는 한편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두번째로, 특히 수혜 가족의 가장을 재활하여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었다. 빈곤 가정의 성인 수혜자들은 보통 빈곤 이외의 여러가지 어려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약물 중독, 가정 폭력, 교육 수준과 직업 훈련 측면에서 질 낮은 인적 자원 등의 장벽을 깨지 않고는 현금보조는 말 그대로 구멍난 독에 물을 붓는 격일 것이다. 따라서 현금 보조 혜택 이외에 고용과 기타 문제를 평가해서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 또는 연계하는 케이스 관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조지아 주 TANF 케이스 관리 양식>

 

이 모든 노력은 수혜자가 스스로 일하도록 하여 현금보조의 장기화와 자칫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였다. 결과적으로 현금 보조는 수혜자들에게 1) 생물학적 아버지의 양육권 설정, 2) 그로인한 정기적인 양육 수당 수급, 3) 경제 활동 및 유사 경제 활동 참여를 의무화하였고, 현금보조의 수혜기간을 1인당 평생 60개월이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수혜 가능한 가족수를 제한 하는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시행하게 되었다. 위의 사항들은 일명 현금보조 명칭의 약자인 TANF에 조건 (requirements)을 붙여 “TANF 수급조건으로 불린다. 현금 보조 자격은 주마다 다르지만 물가를 고려하여 $269 (앨러배마) 에서 $1,641 (하와이) 이하의 소득을 가진 가정에 주어지며 지급액은 보통 연방 정부 빈곤선의 30%를 밑돌고 있다.   

 

왜 계속 빈곤할까?

현금보조의 효과는 논쟁의 불씨를 가지고 있다. 수정안의 성과는 현금보조 수혜자의 감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행 이후 일부 주에서는 약 40%에 달하는 수혜자가 감소되며 일부 수혜자들의 경제적 자립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하기 시작했다. 수혜 기간 제한 없이 병원의 나일론 환자처럼 야금야금 보조금을 타먹던 그들이 드디어 자극을 받고 일터로 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빈곤과 이별한 것일까? 일부 연구들은 수혜자 감소는 TANF 수급조건을 따를 수 없는 수혜자와 잠재 수혜자가 현금보조 자격사항에서 이미 자격을 박탈 당했기 때문이며, 주마다 50%를 웃도는 경제 활동 참여율은 연방정부 기준을 맞추려는 허울 좋은 수치일 뿐 대부분의 여성 수혜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 일터로 내 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ANF 수급조건에서 말하는 수혜자의 의무와 책임은 정당한가? 무엇보다 그 의무와 책임은 수혜자 전체로 일반화될 수 있을까? 현금보조는 이에 대한 대책도 내 놓았다. 몇 가지 수급조건에 예외사항을 둔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에 지금 당장 참여할 능력이 없거나 양육권 설정 시 주소 노출 등의 이유로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경우 수급조건 이행을 면제받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으로는 가정폭력 등 빈곤과 관련 있는 여러가지 중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수혜자가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예외사항은 정책에 명시되어 있는 만큼 일선에서 포괄적이고 일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과거 현금보조는 정책 틀 안의 수혜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현재의 미국 현금보조 정책은 프로그램 밖에 잠재적 수혜자를 키우고, 그들의 빈곤 문제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듯 하다.

 

오바마 대 롬니

클린턴 정부 때 개정된 현금보조는 당시 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시대 초기만 해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 후 예산 삭감과 잇따른 개정으로 인해 마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다른 정책 안에 편입 또는 입법 정지 될 지 모르는 지는 정책이다. 그에 따라 정책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물론 여성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체 법안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값 싼 정치 싸움에 이용 될 뿐이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Mitt Romney)는 때아닌 현금보조 수혜자들의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흑인 여성에 대한 현금보조 의존성을 부각하고 가난한 유권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같은 해 오바마(Barack Obama)가 각 주가 유연하게 수급 기간 제한을 조정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낸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롬니의 논리성이나 시기성을 논하기 이전에 그의 행보는 정치전략이다. 그리고 언어와 방법만 다르지,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다. 롬니 선거 캠페인은 사람들의 잠재적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내 세금이 쓸데 없는 곳에 쓰이는 건 참을 수 없다’, ‘의무 없이는 혜택도 없다라는 생각에 불을 붙이려 했고, 만약 동의하는 유권자라면 오바마가 내 세금을 쓸데 없는 곳에 쓴다’, ‘오바마가 의무도 안 지키는 사람들에게 내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빈곤하고 현금보조라는 정부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과 감정은 복잡하다. 그들은 정말 다루기 힘든 까다로운 집단일지 모른다. 그래서 너무나 특별한 그녀들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따라 더 많이 가진 자가 세금이든 기부를 통해 사회 약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여전히 가치롭다. 그리고 그런 접근법은 분명 사회를 이롭게 한다. 반면 자원과 부는 항상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럽게 빈곤계층으로 흐르지 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의 개입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소극적, 적극적으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금보조를 받는 여성들 중에는 일시적으로 경제활동 참여가 어렵거나 그것만으로 빈곤을 탈출하기 어려운 구성원이 있다. 이들을 전체로 확대하거나, 상황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같은 의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개별화에 초점을 둔 사회복지 서비스는 정부/비영리 단체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서비스 전달은 평가와 모니터링을 기본으로 하고, 그에 따른 보상과 개입이 필요하다.

 

<존 롤스의 정의론 영문본 표지>

 

20세기 말 정의론의 저자 존 롤즈 (John Rawls) 는 우리가 왜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하는지 정의의 원칙과 가정을 통해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며 그런 소득 분배에 대한 직책은 누구에게나  약자에게 가장 이로운 혜택을 가져온다면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이는 우리 모두가 그 약자로 태어나거나 그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 약자가 아닐 뿐더러 그 약자가 될 가능성이 적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위해 내 세금이 쓰이고 편의를 봐줘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일은 공감대만으로 인기로, 동의하에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것이 꼭 현재의 현금보조일 필요는 없지만, 해야 하기에 말이다. 정말 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정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지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Network. (n.d.). TANF: State differences. Retrieved from http://www.networklobby.org/tanf-state-differences.  

Rawls, J. (1999). A theory of justice (2nd Ed.).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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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08.30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금, 공감대가 형성되면 절대 부담스럽지 않겠지요.

    • 안순옥 2013.09.04 0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론적으로 자유주의자라 해도 실제 삶에서는 복지에 대해 너그러운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진정 "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생각 깊은 댓글 감사합니다.

  2. Cipto junaedy 2014.06.11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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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여성, 고용평등과 정치참여 어디까지 왔는가

 

여성의 복지정책을 거론하자면, 먼저 낙후된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기존의 전통사회의 힘의 구조인 남녀의 불평등에서 평등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여성의 복지는 그때부터 출발한다고 간주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이 사회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독일 대학에서 여성들이 최초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1896년 훔볼트 대학에서 청강생 자격이었다. 지금은 독일에서 대학입학 자격(Abitur)을 취득하거나 대학생인 경우 여학생의 수가 43%에 달한다. 독일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가 헌법의 기본권에 명시되어 있다.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여성의 평등을 대표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고용 평등과 정치 참여 비율에 있다.

  

 

여성 직업 지원의 기회와 경력단절 해소

지난해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일본과는 무려 10%나 차이가 났다. 독일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일본, 다음으로 임금격차가 컸다. 독일 연방통계청 보고에서도 남성의 임금보다 여성이 22%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전선에서의 평등은 급여의 평등을 의미한다. 독일 여성가족부의 보고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직업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많음에도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엔지니어 등 비교적 월급체계가 높은 자연과학 분야의 종사자가 남성이 많다는 데에 기인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여성들이 많은 유치원 교사 등 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낫다. 그것은 남성들이 유치원 교사 유아보육사 등의 직업에 뛰어들기 힘든 것은 수입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왜 남자가 남의 애들 기저귀를 갈아줘야 해"하는 사회의식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개선하고자 연방 여성가족부에서는 ‘유치원에서 더많은 남성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유치원 교사 지원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부의 평등정책은 ‘Boy's Day'와 ’Girl's Day'를 통해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자리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기회균등의 정책 기조는 다음과 같다.

 

1. 일자리 시장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할당 

2. 남성과 여성,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한 평등한 경력기회

3. 직업 능력에 따른 균등한 급여

 

급여의 불균형은 일자리 유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여성의 급여 평등의 걸림돌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다. 독일 비스바덴 소재 연방인구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여성 답변자 중 여성의 사회활동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수치는 서독지역 63%, 동독지역 36%였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육아휴직의 보장으로 해결점을 찾고 있다.

 

독일에서는 육아에 전념하는 시간도 주고, 이와 더불한 직장 복귀에 용이하도록 체감적인 육아휴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정기간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대로 휴직할 수 있고, 아이의 나이가 3-6세일 때에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또한 아이를 낳으면 최대 2년 동안 휴직한 부모 급여의 60% 정도를 부모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 직업을 가진 어머니에 대한 산모보호법을 통해 일자리를 전적으로 보장받는다. 독일에선 주당 40시간 근무 시간을 반일, 3분의 2, 5분의 3 등 근무로 조정할 수 있는데, 어린아이가 있는 직장여성의 70% 정도는 파트타임 근무를 한다. 하지만 육아와 직장의 딜레마 속에서 방황하는 전문직 여성들도 더러 보게 된다.

 

 

또한 지난해 11월 유럽집행위원회가 유럽의 대기업 상장사의 경우 2020년까지 비상임이사 여성비율을 40%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시사항을 승인했다. 이에 엄격한 제재조치를 도입함에 따라 독일 기업들내 여성임원 영입도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체감되진 않는다. 2012년 한 해 기업 임원의 여성 비율은 3-4%에 그쳤다고 보도된 적 있다.

 

정치참여와 여성 할당제

바이마르 공화국 선포 후 1919년부터 독일의 여성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의 여성 의원 배분율은 1980년에 8,4%에서 현재 30,6%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5%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대부분의 정당에서는 "여성할당제" 또는 규정을 통해 당 고위직 내의 여성 수를 늘리려고 한다. 1961년 이래로 모든 연방 정부에는 1명 이상의 여성장관이 임명되었고, 주정부에도 여성문제 담당관제를 채택한다. 기업에서는 여성의 일자리 고충을 상담하고 해결할 여성 담당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한다. 일곱 명의 자녀를 둔 폰데어 라이엔(기민당) 노동부장관은 기민당과 기사연합의 여성할당제 도입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 독일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은 비교적 높지만, 그 여성들에게 맡겨진 자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거나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경우도 흔치 않다. 여성 할당제가, 많은 부분에서 남녀 평등정신을 구현시켰지만 아직도 남녀평등은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독일에서는 남녀 평등을 위한 여성운동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고, 여성의 삶의 질을 보호하기 위한 ‘여성의 집’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종교와 민간단체에서도 활발하다. 베를린 카톨릭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드보라의 집’은 직업적 소외 및 가정과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들의 권익에 앞장선다.

 

그나마 독일 정치권에서 30%의 여성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그나마도 힘들다. 여성 정치인들은 ‘노동이 힘인 세상은 지났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인데 30%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이 총리인 독일에서 아직도 남녀평등의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직장과 정치참여뿐만 아니라 성폭행, 인신매매, 이주민 여성문제 등 물리적 힘의 약자가 사회적 약자가 되는 현실은 여전하다.

 

스웨덴은 성 매매 여성 처벌이 아닌, 성 구매자를 처벌한다고 한다. 그러한 의식의 전환은 많은 여성이 정치에 참여,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정책방향에 참여했을 때 가능해진다. 여성의 복지는 결국 자신의 성을 통한 슬럼 형성이 아닌, 남녀가 하나의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는 의식의 변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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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08.24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처럼 기회균등만큼 좋은 복지도 없을 듯 합니다. 여성이 행복하면 남성을 비롯한 모두가 행복하겠지요.

  2. 박경란 2013.08.25 0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원고에도 썼지만 독일은 남성이 기피하는(?) 유치원 보모 등에
    남성들을 채용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직업현장의 남녀 일자리의 고정적 의식이
    파괴되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독일사회에서 그 고정화된 룰을 깨기는 어려운 듯 싶습니다.

콜롬비아 여성의 삶

 

여러분, 남미의 열정의 나라, 콜롬비아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콜롬비아의 여성에 대해 말하기 전, 이해를 돕기 위해, 콜롬비아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남미의 국가중 우리 민족의 아픔인 6.25전쟁 참전국가인 콜롬비아 역시 우리나라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분쟁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인 ‘게릴라’들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정글과 밀림 속에 요새를 가지고, 호시탐탐 테러와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게릴라라는 말뜻대로 그들은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또는 보통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섞여있다가, 마치 플래시몹처럼 한순간 모여서 공격 후 사라집니다.

 

따라서 그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없고, 콜롬비아의 지형상 산과밀림이 많아 숨기가 좋아, 퇴치가 곤란한 형편입니다. 현재는 그 세력이 많이 쇠하여, 지방의 작은 도시나 시골에서만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얼마 전 스페인의 한 커플이 게릴라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잊을만 할때마다 한번씩 활동하여, 콜롬비아 사회를 흔들곤합니다. 정부군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시골의 작은 마을들은 아직도 치안이 많이 불안한데요, 따라서 마을 스스로 치안 군을 편성하기도 합니다.

 

또 정글이나 정부가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는 마피아들이 마약을 재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은 게릴라와 힘을 합쳐,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하는데, 이런 세력들은 실질적으로 마을을 보호해주기 보다는, 마을에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터전인 밭과 집을 빼앗고, 그들을 위해 일하도록 강요하며, 그에 반항하는 이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렇게가장과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수는 3백만명이 넘습니다. 이는 수단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이들은 여러 폭력과 성폭력에 가장 쉽게 노출되어있는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콜롬비아 정부는 많은 법들을 통해, 이런 여성들을 보호하기위한 안전망을 쳐두었습니다. 이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콜롬비아의 법안은 세계최고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법안을 실제로 시행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의 부족입니다. 정부의 예산이나 집행능력이 다른 선진국만큼 크지 않고, 이런 여성들이나 난민의 수가 많으며, 아직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아, 복구와 피해보상이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도움보다는 국내외 NGO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이나 쉼터를 제공받아 새로운 삶에 적응 하지만, 여전히 취약 계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콜롬비아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작지 않으며, 그들 또한 스스로 소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아시아의 유교 국가나 이슬람 국가와 같이 남성우월주의도 문화적으로 없었고, 법적으로도 남녀평등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시면 초중고등교육의 남녀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관에서는 여성을 의무적으로 30% 이상 고용하고 있습니다.(남미 평균이 22%,2010인것에 비해 높은 편) 또, 노동법에 의해, 정부기관을 비롯한 모든 기업에서는 여성들에게, 우리나라와 같이, 3개월의 유급 산후휴가를, 남성에겐 2주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용주들이 가임기의 여성들을 고용하지 않고, 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이런 고용주의 태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정부의 실행력 부족으로 시정되지 않고 있음.)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출산률 저하로 인해, 출산보조금과 같은 여러 출산장려정책이있으나, 콜롬비아에서는 아이가 많고 임금이 적어 가난에 허덕이는 가정이 많으므로, 피임수술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콜롬비아에서의 삶은 여성으로서 대우를 받거나 차별을 받는 것은 없으나,어디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느냐에 많이 좌우되게 됩니다.이번 기사를 위한 조사를 통해, 이 곳 콜롬비아는 정말 세계적으로 뛰어난 법의 철조망으로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어디로가야 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의 실질적인 프로세스의 부족을 느꼈습니다.

 

취약 여성들의 사회적인 관심과 논의는 많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말이 아닌, 실질적인 정부의 도움일 것입니다. 이들을 돕기위한 정부기관이 있으나, 이들은 법적으로 폭력이나 성폭력 피의자를 법적 처벌을 받도록 돕는 것 외엔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피의자의 처벌보다는, 당장의 빵 한 조각, 편히 뉘일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캐나다 정부에서는 콜롬비아 난민여성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거주비자와 직업훈련 등 캐나다에서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살수 있도록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갖춰진 훌륭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와 같은 좀더 실질적인 세부정책이 수립되어, 당장 생존에 직결한 이들에게 딱딱한 법이 아닌, 따뜻한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국내 폭력의 희생여성에대한 적절한 처우를 논의하기 위해 검사, 위원회, 가정 변호사들이모였었다.(2013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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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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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08.14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이미 갖춰진 훌륭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와 같은 좀더 실질적인 세부정책이 수립되어, 당장 생존에 직결한 이들에게 딱딱한 법이 아닌, 따뜻한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저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