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을 위한 프랑스 사회의 연대


최근 프랑스 복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프랑스 사회가 '연대(solidarite)'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는 프랑스에서는 소수만을 위한 특권을 지양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국가 복지를 위한 세금으로 내거나 다른 노동자가 파업을 할 때 불편함을 감수하고 파업을 지지해주는 모습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 사회에는 한국 사회가 가지지 못한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들을 갖추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로는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습니다.


 

1) 저작권료를 받는 예술인을 위한 복지 제도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의 사회보장을 담당하는 '예술인의 집(La Maison des Artistes)'에 가입한 예술인들은 퇴직 후 건강보험, 노령연금과 같은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은 비정부기관이지만 정부에서도 예술인의 집을 통해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예술인'이라는 지위가 일반 노동자들과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프랑스에서는 예술인도 일반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 예술인의 집(출처: www.lamaisondesartistes.fr)

 

이와 더불어 프랑스에서는 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에 가입한 예술인들은 전국의 모든 국립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법적 권리에 관한 법률 지원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인의 집'에서는 매년 700건이 넘는 법률 상담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술인의 저작권, 세금, 사회적 권리 등이 법률상담의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인의 집'에 등록을 한 예술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작업실을 신청할 자격 또한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공공 기관에서는 예술인들에게 1천 6백개 이상의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예술인들이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예술인의 집'은 전체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비용을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예술인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들과 비슷하거나 동등한 조건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19세기 무렵부터 시작된 예술가 노조의 지속적인 투쟁이 있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복지 제도들은 이러한 투쟁 속에서 견고해진 프랑스 사회와 예술인, 그리고 예술인들 간의 연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임금을 받는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 제도

프랑스에는 공연예술비정규직을 위한 실업급여 '앵떼르미땅(Intermittent du Spectacle)'이 있습니다. 영화, 방송, 공연 관련 종사자(배우, 연주자, 감독, 각종 기술자 등)들은 직업의 특성상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고, 실업과 취업을 단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공연예술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실업보험제도'를 동등하게 적용하여, 직종별 최소 근로기간을 충족할 경우에는 공연이나 촬영이 없는 기간에도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험 분담금은 고용주가 3.5%, 근로자가 1.9%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공연예술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약 30만 명 정도입니다. 이중 15만명 가량이 비정규직 형태로 종사하고 있으며, 약 10만 명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앵떼르미땅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앵떼르미땅 제도 도입 후 공연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수가 확대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예술인들이 앵떼르미땅 제도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3) 기타

프랑스의 국립조형예술센터(CNAP, Centre national des arts plastiques)에서는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140여 가지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는 우선 예술 프로젝트 지원이 있습니다. 이는 각 예술 영역별로 작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심의에 통과될 경우 작품 프로젝트 환경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요. 지원 금액은 프로젝트별로 상이하게 산출되며, 최대 7,600유로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 창작 활동을 위한 작업실 설치에 있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작업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받거나 창작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최대 7,600유로까지 받을 수 있으며, 작업실 설치 지원의 경우 총 프로젝트 비용의 50%를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지원은 국립조형예술센터의 동의를 거쳐 DRAC(Aides regionales directes)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예술인들이 특정 마을에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술인 레지던스(Residence d'artistes)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숙식 해결은 물론, 거주 기간 동안 급여와 생활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인 레지던스는 프랑스 내 여러 마을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위치한 예술인 레지던스(출처: gites-bretagne-tregor.com)

 

프랑스의 자크 랑 장관은 "문화는 생활 그 자체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예술의 종주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프랑스가 오랜 시간동안 이같은 명성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의 예술인을 지지하고 보호하려는 프랑스 사회와 예술인들간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 프랑스의 예술인 사회보장제도, 목수정, 2006.10.31

- 예술인의 집(www.lamaisondesartistes.fr)

- 국립조형예술센터(www.cnap.fr)



※ 복지로 기자단은 복지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로에서 운영하는 객원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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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12.19 1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화는 생활 그 자체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감~

  2. 띠꽁 2014.01.16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가 있다니 .. 뭔가 신기하네요 ㅎㅎ

프랑스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프랑스 내에서 꽤 인기가 좋았던 영화 <Bienvenue chez les ch'tis>.

 

코믹적인 요소가 많았던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마을의 우체국장입니다. 그는 프랑스 남부로의 전출 신청을 했으나 다른 장애인 후보에게 그 자리가 넘어갔다는 소식을 받게 되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히스테릭한 아내는 이후 시시때때로 우체국장에게 짜증을 내곤 합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안되겠다 싶었던 우체국장은 자신의 전출 신청을 담당했던 친구를 찾아가게 되고, 그 친구로부터 프랑스 남부의 다른 지역에 조만간 자리가 또 하나 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애인에게 자리가 넘겨질 것 같다는 이 친구. 결국 우체국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장애인인 척 서류를 조작해 전출 신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우체국장이 휠체어에 앉아 전출 심사를 받는 장면 (Bienvenue chez les ch'tis, 2008)

 

이 영화의 주제는 다른 내용이지만, 초반부에 나왔던 이 장면은 우리에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남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프랑스인들이 그곳으로 발령받기 위해 장애인 흉내까지 낸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어느 곳에서든 많은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1)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 '장애수당'

프랑스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수당(AAH, Allocation aux adultes handicapes)'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장애수당은 프랑스나 유럽연합 회원국 국적을 가진 자 중 장애가 최소 50%에 달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은 매달 최저 생계비에 준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액은 장애의 정도나 나이, 소득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며, 1인당 최대 790.18유로(한화 약 115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수당 외에도 장애 정도가 80% 이상이거나 50~79% 사이더라도 장애로 인해 직업을 가질 수 없을 때는 '추가수당(CDAPH, Complements d'allocation aux adultes handicapes)'이 지급됩니다.



2) 장애인에게도 일할 권리를, '장애인 고용 할당 의무'

프랑스의 장애인 근로자법은 20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한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6%의 일자리를 장애인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정부에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 덕분에 프랑스 내에서는 장애인 취업률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는데요. 1996년만해도 2백 명이 채 되지 않았던 장애인 근로자들의 수는 오늘날 3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3) 장애인 우대카드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든 내, 외국인들 중 80% 이하의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장애인 우대카드(Carte d'invalidite)'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서비스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는 앉는 자리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으며, 서비스 이용 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우선적으로 이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장애인 우대카드

 

저도 이곳 프랑스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장애인 우대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혹시 자리를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는데요. 겉모습으로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선뜻 자리를 먼저 내어주지 않다가도, 장애인 우대카드만 있으면 한 번에 해결! 뿐만 아니라 장애인 우대카드가 있는 장애인들은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세금이나 고용, 학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답니다.

 

4) 장애인도 함께 누리는 문화 생활

프랑스 정부는 장애인들이 다른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문화적인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다수의 공연장, 극장 등의 문화, 예술 공간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장애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들이 각종 예술 작품과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예로 미술관 등에서는 매 행사, 전시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안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보자르 미술관'의 경우 조각품이나 합성수지로 모사된 그림을 장갑을 끼고 직접 만져보며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극, 오페라 등의 공연장에서는 공연 정보를 음성(시각장애인)이나 수화(청각장애인)로 동시에 전달해주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Quimper 보자르 미술관에서는 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가이드 안내,

시각장애인 대상 음성 라이브러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usee des beaux-arts de Quimper, www.mbaq.fr)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마주치는 장애인들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으며, 비장애인들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너무나 잘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출을 위해 한 공무원이 장애인인척 서류를 조작하는 모습이 영화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장애인들에게 열려있는 프랑스! 사회, 문화 등 여러가지 측면의 복지 제도들을 살펴보니 프랑스가 얼마나 세심하게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프랑스 행정부 www.services-public.fr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 복지로 기자단은 복지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로에서 운영하는 객원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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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12.06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었으며, 비장애인들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너무나 잘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에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우리 모두 만드는데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