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핀란드 교육이 뭐길래?
오랜 기간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하며 식민지 지배를 경험하고, 해방 후 부존 자원이 적은 상황에서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해야 했던 나라. 바로 아시아의 한국, 유럽의 핀란드이다. 두 나라는 매우 비슷한 역사의 길을 걸으며 인재양성에 힘써왔다. 그 결과 오늘날 OECD 주관 세계학력평가에서 핀란드와 한국은 1,2위를 다투고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상징, 헬싱키대성당 - 영상공연중)
그렇지만 핀란드의 교육과 한국의 교육은 아주 상이하게 다르다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말하길, 핀란드의 학생들은 교육을 받으며 행복한 반면, 한국 학생들은 불행함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은 실용주의 노선의 하나로 ‘경쟁’중심의 교육이며 이러한 방식이 학습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반대로 학생들의 불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핀란드 교육. 이와 관련된 책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한국 부모들은 핀란드식 교육을 표방한 저학년용 문제집들을 아이에게 풀게 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교육 관련 학술대회에서는 핀란드 교육이 이상적인 교육 방식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 핀란드의 교육, 두 가지를 모두 접해본 나로써, 작은 부분이지만 느꼈던 바를 핀란드 교육복지와 함께 이야기 해보려 한다.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나에게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평가방식’ 이었다. 한국의 경우 모두가 같은 시험을 치르고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 성적을 부여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경쟁 속에서 개개인마다 등수가 정해지고, 일정 등수 내에 들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기 만족보다는 다른 이들을 이기기 위한 공부를 하곤 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교육방식은 달랐다. 교육의 의의를 ‘개인이 성취’에 두기 때문에 평가 역시 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자신이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필기시험보다 레포트 제출의 형태로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해당 교수님에게 요청하여 시험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또한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시험 점수 역시 절대평가 방식이며, 개인이 그 수업을 통해 성취한 만큼 점수를 얻게 된다.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소규모 토론이 주로 이루어졌던 헬싱키 대학의 수업 모습)
또한 한 수업을 함께 듣지만 모두가 같은 학점을 받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기본적으로 3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수업이지만, 자신이 학점을 더 받기 위해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과제들을 이행했을 때 그 이상을 이수할 수 있다. 즉, 한 수업에 정해진 기본 학점은 있으나, 교수 재량과 학생 재량에 맡겨져 그 이상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모든 교육 방식이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핀란드 교육. 이러한 핀란드 교육이 완성되기까지에는 이상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노력 1. 무상교육
핀란드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전 과정의 학비가 모두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의 경우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기초중등교육을 마치기까지 9년제의 종합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 9년제 의무교육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은 진로결정을 위해 직업학교나 후기중등학교에 들어간다. 후기중등학교를 마치고 나면 아비투어(Abitur)라는 대학입학자격증을 주는데 이후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모든 대학의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간 서열이 없다. 대학원 과정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혜택은 외국인들에게까지 해당된다. 정부의 무상교육 정책은 학비로 인해 학업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핀란드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교육 시장이 없기에 실질적으로 학생 및 학부모에게 주어지는 교육 관련 경제적 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노력2. 무상급식
대학생들 학생식당에서 식사
2.5유로, 핀란드에서는 기본 외식비가 1인 10~15유로 이상임을 고려하였을 때, 굉장히 저렴한 가격임을 알 수 있다.
현재 OECD국가 중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나라는 스웨덴과 핀란드 밖에 없으며, 핀란드의 경우 1948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상급식 도입 당시 “우리가 가난해 하루에 한끼를 먹는 한이 있어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잘 먹이자”라는 국민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인구가 적고, 부모가 모두 맞벌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역할을 정부가 떠맡게 되었다. 그리고 무상급식은 ‘건강복지’라는 이름 하에 시행되었으며,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건강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급식의 구성도 한국과는 차이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점심급식, 우유급식, 과일급식, 오후간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급식이 마련되는 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
노력3. 기타 지원금
* 학업 수당(Study Grant)
핀란드에서는 학생이라면 정부로부터 학업수당을 받게 된다. 그 금액은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나이, 독립여부, 결혼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학업 수당은 말 그대로 학업을 수행하는 기간에만 받을 수 있으며, 핀란드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주택 보조금(Housing Supplement)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핀란드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독립을 하게 된다. 이 때, 주택 보조금은 월세 33.63유로 이상 252유로 이하의 80%를 커버해준다. 즉 최대 보조금 혜택은 201.60유로인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소유하거나 월세를 대신 내주는 경우 보조금은 최대 58.87유로이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어렵거나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거주 관련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정책이다.
*학생 대출을 위한 정부 보증(Government guarantee for student loans)
위의 학업수당이나 주택보조금 이외에도 학생이라면 정부가 보증을 서줌으로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학업을 하는 전 기간에 걸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상환불가능을 막기 위해 매년 적격성 평가를 한다. 학생이라면 모두 특별한 신청 절차 없이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전에 빌린 것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에 문제가 있는 학생의 경우 정부의 복지 기관에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적격성 평가를 받은 후 그 결과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출처: 핀란드 복지 사이트 kela.fi)
핀란드 교육 vs 한국 교육
핀란드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오며, 어떠한 ‘등수’도 받아 본 적이 없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수업구조에서 남들과 협력하여 자기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다. 그러기에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질문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의견 공유를 통해 배워간다. 한국 수업시간에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교수님께서 수업 도중 “이해했나요?”라고 물으면 모두들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들은 다 이해 하는 부분을 나만 몰라서 질문 할 경우 받게 되는 학생들의 시선과 자신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소극적인 수업 참여태도는 경쟁 위주의 교육방식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는 자신의 성취 정도보다 상대보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 방식과 한국 교육방식 중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는 없다. 각 방식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 교육이 이상적인 교육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교육의 대상자인 학생들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경쟁이 효율적인 교육 방식이 될 수는 있어도 경쟁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불행을 느끼곤 한다.
학생들이 행복한 핀란드식 교육. 우리는 핀란드 교육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며 한국도 이러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지만 핀란드의 상황은 한국과 매우 다르기에 경쟁 없는 교육 환경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핀란드의 경우 한국에 비해 인구는 1/10에 불과하며, 소득 수준은 두 배이다. 하지만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쉽게 단순화하면 핀란드에서 복지혜택의 수혜대상은 한국의 1/10에 불과한데, 세금수입은 한국의 GDP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기에 경쟁과 차이를 만들지 않기 위한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밑바탕으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구조를 핀란드 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쟁 구조에 의하여 낙오되는 아이들의 또 다른 재능을 찾아주고 기회를 제공해주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환경이 상이하게 다른데 무조건 좋다고 가져다 쓸 경우 부작용과 낭비가 크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국 교육의 경쟁 구조 그 기반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느끼는 불행을 줄여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복지로 기자단은 복지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로에서 운영하는 객원기자단입니다.
따라서 본 기사는 복지로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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