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환(성우)
성우, 방송인이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이다.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여러 방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외면 뒤에는 한 사회인으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불안과 고민도 존재했다. 그 중 하나는 직장에 고용된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4대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보험료가 그랬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월 소득에 일정 비율을 내는 반면 나와 같은 프리랜서는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로 되어 있어 소득, 재산,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을 고 려해 보험료가 정산된다. 소위 벌이가 안 좋을 때도 있는데,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보다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내가 병 원을 자주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 이 건강보험료를 ‘왜 이렇게 많이 내야 하나’ 하고 속 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인어른의 오랜 투병생활을 지키면서 건강보험료에 대한 색안경을 벗게 됐다. 장인어른께서는 지금은 먼 곳으로 떠나셨지만, 돌이켜 보면 오랜 세월 치료를 받으신 만큼이나 진료비, 치료비, 그리고 약값 또한 만만치 않게 나왔었다. 만 약 건강보험제도가 없었다면 맹장 수술에 2000만원(2013년 기준)이 나오는 미국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진료비가 나왔을 것이다.
내가 낸 보험료가 아픈 사람들에게 의료비 감면 혜택으로, 또한 내가 아플 때 큰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선 순환적인 시스템을 보면서, 어쩌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제도들도 큰 의미에서는 나눔의 일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 다.
요즘 방송계에는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준다는 차원, 사회적 책임 을 다한다는 의미, 자신의 가치관 실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봉사나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방송인들이 많다. 나도 재능 기부나 강 연 등 틈틈이 나눔 행사에 참여도 해 왔지만, 일상처럼 자신의 바쁜 시간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데 할애하는 훌륭한 분 들과 비교나 될까 싶다.
이제 겨울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회봉사와 나눔 행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방송인들도 여러 단체 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기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건강보험료를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연말 나눔 행 사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시적인 기부가 진정한 기부냐” “보여주기식 아니냐?” 와 같은 곱지 않은 시선이 있 다.
그러나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 보육원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양로원에 외롭게 계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과의 따뜻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선물 상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정을 기다리는 것 일게다.
복지와 나눔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혜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건강보험은 편찮으신 우리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제도였고, 기부와 봉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 된다. 나눔은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고, 희망이라는 것은 사회를 밝게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일회성, 단기성 봉사와 기부라도 좋다. 어려운 분들에겐 겨울은 더 춥고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들과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복지로의 도움신청에서 도움사 연을 신청해주어 망설임 없이 누구라도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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