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의 ‘마음 프로필’을 알고 싶습니다.

 

 

 

이동우(개그맨, 연극배우)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항상 노란 옷을 입고 있어서 ‘노란 할머니’라고 불리는 할머니가 계신다. 평생 생선 팔아 모은 돈을 장학 재단에 기부하신 걸로 유명하다. 노란 할머니가 그 일로 전화 인터뷰를 하셨는데, “왜 기부를 하게 되셨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할머니의 대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주고 돌아서면 좋잖아”라고.

 


그때 이후로 ‘나눔이란, 주고 돌아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돌아선다’는 것이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베풀고 나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만큼 줬으니 이만큼 돌아오겠지’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노란 할머니가 했던 말을 생각한다. 줬으면 그걸로 된 거지, 그 자리에서 미적거리며 감사 인사 받기를 은근히 바라지 말고 그저 쿨하게 돌아서자고.

 

노란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하셨지만, 그런 식의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 이를테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열린 마음,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한마디…. 이런 것들도 나눔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동에 가면 그렇게 화목할 수가 없다. 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아픔을 정확하게 보고 도우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나 아픔을 드러내면 상대방한테 업신여김을 당할 거라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너도 나도 자신의 화려한 스펙만 자랑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자기 마음 깊은 곳의 상처는 점점 곪아들게 된다.

 

내가 시력을 잃고 나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나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상대방 역시 내게 마음을 열고 내 아픔에 공감해 준다는 것이다. 내가 깨달은 이 평범한 진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마음 프로필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상대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물론,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처음엔 어렵고 어색할 수 있다. 그럴수록 ‘저는 이렇게 아파요, 굉장히 모자란 사람이죠, 어떤 날은 제 자신이 싫을 정도로 아주 실망스러워요’ 라고 말해보라. 그럼 기적처럼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세상도 더 따뜻해질 거라 믿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잠들기 전, 습관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이 뛰는 걸 느낀다. 그럴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온전히 나를 위해 쉬지 않고 뛸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그 고마운 마음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심장 같은 존재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그게 하루도 쉬지 않고 나를 위해 움직여주는 심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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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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