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스포츠해설가, 전 야구선수)
멘토리 야구단은 처음에 유소년 야구단으로 출발했다. 원칙적으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야구단에서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졸업했다고 해서 도저히 그냥 내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청소년 야구팀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돌봐주고 있다.
만약 아이들 중 정말 야구선수가 되어도 괜찮을 정도로 재능과 근성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야구선수가 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다. 실제로, ‘멘토리’ 아이들 중 한 아이는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난 이 아이들이 야구선수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회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훌륭한 야구선수는 그 범주에 속하는 것뿐이다. 멘토리 야구단은 서울을 시작으로 성남, 양주, 시흥, 대구까지 총 5개 팀, 새로 창단한 청소년 팀까지 합하면 총 6개 팀이다. 사실, 운영하는 인력은 제한되어 있는데 팀이 계속 늘어나면서 운영이 쉽지가 않다. 하지만 재단 직원과 자원 봉사해 주시는 분들의 헌신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이라 유니폼과 글러브, 스파이크가 금방 작아지고 낡아 버린다. 그리고 한국에는 워낙 야구할 공간이 없는데 멘토리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내가 ‘양준혁 청소년 야구 드림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게 된 것도 청소년 야구 동아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마음 편히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 것이다. 또한 2013년 1월에 열렸던 ‘대학 동아리 야구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다. 흙먼지 날리는 대학 운동장이 아니라 잔디가 깔려있는 정식 야구장에서 야구할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당시에 수원시의 협조 덕분에 수원야구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있었다. 현재 재단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돈은 내가 개인적으로 출자하는 것이다. 물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 후원을 통한 운영 체계가 만들어질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멘토리 야구단은 각 팀마다 스폰서를 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있고 다른 큰 행사들은 발품을 팔아서 스폰서를 모집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지갑을 열어 물건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저 좋은 일이라는 명분으로 큰 금액을 후원받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많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그 관심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금 나눠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일컬어 ‘미래의 희망’이라고 하지 않나.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바로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인가는 아이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수학을 배우고 싶다는 거다. 우리 자원봉사 학생 중에 수학 전공 학생이 있어서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부랴부랴 재단 사무실 한 곳에 공부방을 만들어줬더니 이제는 야구 끝나고 거기 모여서 공부도 한다. 덕분에 좁은 사무실이 더 좁아졌지만 야구하고 놀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덧 커서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하는 걸 보니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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