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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복지로 2015. 12. 9. 13:57
[복지칼럼]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필자의 가까운 가족들 중에는 암 진단을 받고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겪은 분들이 몇 분 계신다. 다행히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삶을 활기차게 영위하고 있다.


그 분들이 하나 같이 고백하는 말이 있다. 아프기 전과 후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 같은 때엔 돈, 명예, 권력, 학벌, 지위 등을 중요시하며 살았지만, 극한 상황에 놓여보니 그런 것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좀 더 베풀고 살 걸’, ‘사는 동안 좀 더 누리고 살 걸’, ‘좀 더 사랑하고 살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잘 사는 것’의 기준이 180도 바뀐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분들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돌보는 가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병으로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과연, 어떻게 해야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의연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도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호스피스라고 한다.

 
최근, 정부는 말기 암 환우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대해 건강 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말기 암 환우 대부분이 밀접한 간병이 필수인 점을 감안하여,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를 통해 제공되는 간병 활동도 건강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암 환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많이 덜고, 환우 본인 입장에서는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임종이 임박했을 때 임종 관리까지 받을 수 있어, 암 환우는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고, 환우 가족은 환우 임종을 차분히 준비할 수도 있게 되었다.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면, 본인은 물론 남은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호스피스를 통해 육체적, 사회적, 정서적 돌봄을 받으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말기 암 환우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국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7월 현재 총 60개 기관이며, 병상 수는 1,009개 정도이다. 서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고려대 구로 병원(13병상)과 서울 성모 병원(23병상), 인천·경기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카톨릭대 인천성모 병원(21병상), 아주대병원(11병상), 인천 지역 암센터·가천대 길병원(16병상)등이다.

 

오랫동안 이런 제도를 기다려 왔는데 이번 발표를 보면서 참 반가웠다. 그러나 환우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병상 수가 아직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환우 가족들이 보다 쉽게 병원을 출입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 호스피스 병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본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도 이제 명실상부한 복지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제도가 더욱 발전해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의 내용은 복지로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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