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안전 우선, 미국의 아동복지시스템

 

오후 3시 15분. 인근의 초등학교가 수업을 끝내면 한 동안 교통 흐름이 느려집니다. 도로에는 차들이 시속 20마일을 넘지 않게 달리고, 켜진 보호등 아래로 통학버스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학교 앞엔 자녀를 마중나온 부모들의 차가 길게 늘어섭니다.

 

 

90년대 후반에 나왔던 “스텝맘”이라는 영화를 보면 이혼남이었던 에드 루크가 줄리아 로버츠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루크에게는 아직 어린 두 자녀가 있었는데 줄리아 로버츠는 일 때문에 종종 이 시간을 놓치곤 했지요. 이런 실수는 친모인 수잔 서렌든의 강한 질책으로 이어졌고, 종료 시간에 맞춰 아이를 마중가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 듯 보였습니다. 미국에서 학교 다니고 인턴생활하고, 일하며 지낸지 7년입니다. 땅덩이가 워낙 넓다보니 픽업 문화가 자연스레 뿌리 내린 것도 있지만 혼자 등하교를 하는 만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이 곳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가끔 자기보다 커 보이는 가방을 메고 혼자 등교하는 한국의 어린 아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방과후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아파트의 숲 속으로 혹은 골목으로 흩어져 대견하게 집을 찾아갔지요. 한국도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이 곳에 비해서는 안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나라에서 아동의 안전과 행복이 책임져지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하나. 모든 아동은 행복해야 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또 하게 되는데 2001년에 개봉된 “아이엠 샘”이라는 영화는 아동의 안전과 행복을 바라보는 사회시스템의 시선과, 한 아동이 느끼는 실직적인 안전과 행복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괴리를 그리며 현존하는 미국의 아동복지시스템에 많은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정신치체 아버지 숀 펜과 그의 딸 다코타 패닝은 누구보다 행복한 부녀였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 숀 펜이 이 아이를 안전하게 돌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인 듯 보였습니다. 아동국 직원이 개입하게 되었고 아이의 행복과 안전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개입하게 됩니다.

 

 

 <출처: I am Sam, 위키피디아 retrieved from http://en.wikipedia.org/wiki/File:ImAmSamSeanMichelle.jpg>

 

그 개입은 다름아닌 “누가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법적 보호자 (legal guardianship) 및 양육권 박탈 (termination of parental right)에 관한 사항이었습니다. 미국은 친부모가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양육권을 일시적, 영구적으로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안전은 미국 아동복지시스템의 최 우선 고려사항입니다. 영화는 결국 따뜻한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게 된 페닝의 생일날, 풍선과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숀 펜의 모습을 그리며 끝이 납니다. 다코타가 친아버지와 사는 게 진정 행복했더라도 그게 반드시 안전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함께 살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겨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다코타는 더 행복해졌을까요?

 

 

둘. 아동학대방임 대응 서비스

영화에서 그려졌듯 아동국 또는 아동복지시스템과 그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케이스마다 차이가 있고 모든 경우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필요한 것이었지, 아동복지시스템이 하는 일은 실로 의미있는 일들입니다. 학대 및 방임당하는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비용이 매일 258백만달러만큼 발생하며 연간 비용은 94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동학대 및 방임 문제가 빈번하고 심각합니다.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응하기 위해 “Childhelp National Child Abuse” 등 많은 핫라인을 운영하고, 아동 및 아동학대 대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을 신고 의무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직종에는 사회복지사, 교직원, 의료전문가, 상담 및 정신보건 종사자, 아동보호시설 종사자, 사법 집행자 등이 포함됩니다.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응하는 미국의 자세는 자녀는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하나의 인격체이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국이 정밀하고 체계적인 평가 절차를 통해 대응조치를취하게됩니다. 아동과 가족의 필요에 따라 부모교육, 상담 등의 지지적 서비스부터 법적 절차에 따라 자녀를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조치 및 양육권 박탈 등의 절차까지도 밟게 됩니다. 지속적인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경우 지속적인 평가절차를 통해 허락된 시간과 장소에서 자녀와 만남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출처: 전국 아동학대 신고 핫라인, “Childhelp National Child Abuse Hotline”, Retrieved from

https://www.facebook.com/pages/Childhelp-Salt-Lake-City/138641856185563 >

 

 

셋. 아동 최선의 원칙

미국 아동복지시스템은 일명 “아동 최선의 원칙” (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을 따릅니다. 만일 가해자인 아버지를 아이에게서 분리한다 하더라도, 어머니랑 사는 것이 아이에게 최선이 아니라면 반드시 어머니가 보호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적 친모가 약물 의존에 직업이 없고 현재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일시적으로 위탁 가정에 맡겨지거나 그룹홈 등 다른 대안 시설에서 보호될 수 있습니다. 누가 법적 보호자가 되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는 다양한 시스템이 함께 결정하고 개입하게 됩니다. 미국은 한국과는 약간 다른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해 부모의 양육권과 법적 조치는 카운티 (County)라고 하는 주 (State) 하위 개념인 행정구역마다 고등법원이 있는데 해당 아동 법원에서 내리게 됩니다. 아동학대 케이스가 아니어도 대안적인 양육과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동도 각자의 상황 안에서, 최선이라고 판단되어지는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아동 최선의 원칙 결정 및 서비스 체계>

 

 

넷. 가족보존 서비스 및 가족 재결합

미국의 아동복지시스템이 아동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경우는 학대 등의 특별한 상황에 한해서입니다. 안전과 행복을 우선으로 하듯 미국 아동복지시스템은 가족보존 (family preservation)및 가족 재결합 (family reunification)을 강조합니다. 가족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는 다음의 가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1). 첫 번째로, 가정은 아동이 성장하는데 있어 필요한 최선의 장소라고 보며, 두번째로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아동의 안전과 행복을 이루는 최고의 방법은 가족 역량 강화 및 지지라는 점입니다. 가족이 자녀를 기르는데 있어 제 기능을 상실하고, 학대 등의 문제 상황에 놓이기 전에 예방 서비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한 가족을 단기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서비스는 모든 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조지아의 경우 정신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 기관들이 “가족 개입 서비스” (intensive family intervention)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 가정 아동 (5세에서 17세)의 상담과 부모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이 사회보장 (social security) 재정에서 지원된다는 점입니다.

 

 

다섯. 아동 복지에 대한 미국의 사회적 합의

보너스(?)로 사회복지시스템 안에서도 아동 관련 서비스는 수급자격 조건 등에서 선별적인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아동복지시스템에 대한 기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먼저, 부모가 이민자이고 미국 거주 기간이나 신분 상태에 있어 자격 미달일 경우TANF, SNAP 등의 공공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이민자 자녀의 수급조건에는 같은 이유로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예로, 임신 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지 않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복지혜택 수급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태아의 복지를 위해서겠죠. 다른 부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도 아동의 안전이 고려되는 상황인 경우, 우선적으로 그리고 더 긴급하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아동복지에 대한 미국의 사회적 합의의 투영인 듯 합니다. 다른 연령과 집단에서 복지수급에 대한 자격 논란이 계속됨에도 여전히 아동이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복지는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1) 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n.d.). Protecting children and strengthening families. Retrieved August 23, 2013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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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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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신 2013.09.13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동복지에 대한 미국의 사회적 합의>에 밑줄 쫘악.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아동복지와 안전을 위한 첫걸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