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라면 입장료 할인 팡팡!
핀란드의 2월, 아직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친구들과 함께 핀란드의 대표적인 동물원 ‘Korkeasaari’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동물원에서는 ‘얼음, 예술을 만나다(Ice meets Art)’라는 특별 얼음 조각예술 전시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 입구에 도착하여 표를 구매하려 할 때, 나는 매표소의 입장료 안내판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한국에서 표를 살 때 한번도 보지 못했던 ‘Unemployed 10€’ 라는 실업자들을 위한 입장료 가격 안내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장료은 학생 및 노인들의 입장료와 동등했으며, 단순히 이 특별 행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소에 일반 동물원 입장료에도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밑에서 두번째, Unemployed €10)
(평소 동물원 입장료 가격표 – Korkeasaari 홈페이지 참조)
실업자들을 위한 ‘또 다른 가격’의 존재는 비단 동물원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핀란드의 모든 관광지와 문화시설에는 실업자들을 위한 가격이 따로 존재했다. 이를 보며 핀란드의 실업자들의 위한 복지 제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덜어드립니다!
실업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 아닐까 싶다. 예전 한국에서 사회복지경제학이라는 수업을 통해 한국의 실업자 대상 복지제도를 살펴본 적이 있었다. 당시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던 것이 바로 실업자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그들의 실질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며 더 나아가 그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복지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해주셨다. 세계적인 복지 국가인 핀란드 역시 이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Basic Unemployment Allowance(기초실업수당)
이는 17세에서 64세까지 핀란드에 거주하며 직업을 구하고 있는 일정 자격조건을 충족하는 실업자들에게 최대 500일까지 일당 €31.36(한화 약4만5천원)를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자녀의 수에 따라 추가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를 한 달 단위로 계산하면 추가 지원금을 제외하고 평균 €698(한화 약 100만원)이다. 지원금이 핀란드의 물가수준에 비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지원조건이 크게 까다롭지 않다는 데에서 이 제도의 수혜자가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65세가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수당의 형태인 실업연금을 신청 할 수 있다.
- Labour Market Subsidy(노동 시장 보조금)
보조금은 직업을 갖게 된 실업자가 처음에 경제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급이 되거나, 기간500일을 초과하여 장기간 실업상태에 놓인 실업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 보조금 지급기간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 Training Allowance(재취업 프로그램 보조금)
실업자들의 직업 선택 기회를 늘리기 위해 마련된 보조금이다. 재취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구직자들에 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조금이 지급된다. 물론 직업훈련프로그램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 Earnings-based benefits(수입에 기초한 수당)
기초 실업수당이 광범위한 실업자들에게 제공되었다면, 특정 분야에 일정 기간 이상 종사했고 국민 연금 회원인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입에 기초한 수당을 제공한다. 이 수당은 해당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할 때 벌어들였던 수입에 기초하여 수당이 지급되며, 201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위 수당을 지급받은 실업자들의 실업 1년 차에는 실업 전 수입의 약 86%정도를 실업급여로 받았다고 한다.
구직활동은 정부와 함께!
한 때 실업률이 20%에 육박했던 핀란드는 현재 2013년 7월 기준 6.6%로 하락하였다. 물론 복지선진국이라는 타이틀에 비해서는 조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상의 결과로 보았을 때 지속적으로 실업률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실업자들에게 경제적 지원, 직업 능력 향상을 위한 보조뿐만 아니라 구직활동까지 핀란드 정부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구직을 위한 모든 과정에 핀란드 정부가 함께하는 것이다. 노동부 산하의 Employment and Economic Development Office 은 기본적으로 실업자에게 구직 정보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구직 인터뷰를 위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담은 구직자의 적성을 파악하고 이에 걸 맞는 직업 소개시켜줄 뿐만 아니라 해당 직업을 갖기 위한 준비 과정 설명 등 체계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단순히 실업자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기 보다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직업을 갖게 되어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실업자들이 받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labour market training(노동시장훈련)
· self-motivated study(자아동기조사)
· work try-outs(작업투입)
· preparatory training for the working life(일하는 인생을 위한 준비 훈련)
· on-the-job training(실제 직장 훈련)
· work and training tryouts(작업 및 훈련 투입)
· integration measures for immigrants(이민자들을 위한 통합 훈련)
· rehabilitative work activity(직업 복귀 활동)
그러나 구직활동이 쉽지 않은 만큼 다섯 달 동안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 실업자들에게는 일주일간 전문 일대일 상담 서비스가 진행된다. 세부 계획 및 직업교육 등을 실시하며 완벽한 ‘맞춤형’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실전 인터뷰 연습부터 이력서 작성 요령 등 하나하나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이 구직 교육이 실시되는 동안에 구직자들은 구직 클럽을 만들어 정기모임을 가지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직 활동이란 자기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업을 갖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키우는 자세는 실업자 본인에게 요구된다. 그러나 핀란드의 실업자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보면 국가가 한 개인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을 구할 때까지 경제적 지원은 물론 직업 상담 및 훈련 등 그 전 과정을 정부가 함께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인들에게 ‘일’이란 누군가와 경쟁해서 쟁취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협동하여 모두 함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이다. 이것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핀란드 교육에서부터 탄생한 자세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실업률 감소’가 목표가 아닌 ‘국민들의 즐거움 지켜주기'로 접근했기에 오늘날의 훌륭한 실업자 복지 제도들이 완성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 복지로 기자단은 복지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로에서 운영하는 객원기자단입니다.
따라서 본 기사는 복지로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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