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생활/복지칼럼

[복지로 기자단] 백야의 나라, 그들의 인생도 아직 밝다

복지로 2013. 11. 12. 11:47

백야의 나라, 그들의 인생도 아직 밝다



핀란드에는 아주 특별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바로 ‘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을 가진 ‘로푸키리’이다. 이 아파트는 노인들이 직접 설계와 디자인을 했으며, 아파트의 규칙 역시 그들이 정했다. 남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들 스스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평균 나이 70세 69명의 주민들이 모여있다. 사실 이 실버 공동체는 2000년에 갓 은퇴한 할머니 10여 명이 노인요양시설에 가는 대신 서로 도와가며 외롭지 않게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들은 헬싱키시에 시유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주는 것을 요청했고, 시청에서는 이러한 공동체 생활이 노인 자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고 선뜻 땅을 내주었다. 이후 현재와 같은 1층에는 공용공간, 2층~6층에는 살림집 58채, 시가보다 저렴한 입주금을 요구하는 노인들의 아파트, ‘로푸키리’가 탄생했다.


이 공동체 공간은 일반 요양원과 그 성격을 극명히 다르게 하고 있다. 각자 자신 소유의 집이 있으며 식사·청소·빨래·건물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노인들끼리 협동해서 해결한다. 그리고 입주자들은 평일 오후 5시에 공동 식당에 모여 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 역시 6개 조로 나뉘어 당번제로 준비한다. 건물의 모든 청소 공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공용 공간을 가꾸는 것 이외에도 입주자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동아리들 역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문학클럽은 실제로 공동 문집을 내기도 했으며, 연극클럽은 극장에서 공연을 열었었다. 또한 핀란드 이주여성들과 다양한 재능 나눔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핀란드에 활동적이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노인들이 많아진 데에는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자각한 핀란드 정부의 노력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핀란드 정부는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건강한 삶을 영위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노인복지정책을 펼쳐왔다.



혜택1. 노인국민연금

다양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은퇴연령의 노인들은 65세를 기점으로 노인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핀란드에 살고 있거나 최소 3년 이상 살았다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65세 이전에 실업연금이나 장애인 연금을 받았다면 65세가 되는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노인국민연금으로 전환되어 지급을 받게 된다. 지급액은 다른 연금 혜택을 받거나 소득비례연금 수령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보통 65세 이전에 받던 보조금 혜택들은 소득에 따라 감소되었던 반면 노인국민연금은 65이후에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기더라도 그 수령액의 변화가 없다. 만약 일반적으로 노인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65세 이전에 혜택을 받기 원한다면, 62세가 되는 시점으로부터 미리 받을 수 있다. 3년 일찍 수령하게 되므로, 그 수령금액만큼 감소된 노인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전에 일정기간이상 실업상태에 놓여 실업급여를 받던 사람이면 62세부터 노인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수령액이 줄어들지 않는다.


혜택2. 보장연금

만약 자신이 받는 연금이 한 달 세금 공제 전 기준 €732,13 미만이라면 보장연금의 혜택 역시 누릴 수 있다. 이것 역시 65세 이전에 신청하게 된다면 소득제한과 최저연금이 낮아지게 된다. 보장연금액은 따로 받고 있는 연금소득에 의거하여 측정된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연금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 보장연금의 최대 금액인 €108.8를 받게 된다. 기타연금소득의 경우 배우자의 연금과 노동자들의 보상연금이 해당되는데, 보장연금을 최대로 받음으로써 이 기타연금소득의 전부 감소하게 된다. 그렇지만 연금수혜자들의 보호 수당, 퇴역 군인들의 보조금, 자녀 수 증가에 따른 추가연금들은 보장연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신의 소득이나 자산, 기타 보조금들 역시 보장연금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른 연금들과 마찬가지로 보장연금은 가정수당과 가족에게 제공하는 사회보장금의 양에는 영향을 미친다.


(연금수령액, kela 홈페이지 참조)


혜택3. 재취업의 기회를!

핀란드의 경우 1998~2002년 ‘고령 근로자를 위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총체적인 고령자 고용정책이 마련되었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 정부는 보건사회부, 노동교육부, 노동조합, 직장건강연구소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고령자 고용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노인 일자리 재교육과 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노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핀란드에 살다 보면, 다양한 분야에 조사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대중교통 분야에 많은 노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역무원들, 트램 운전사들 등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친절하다. 이렇게 노인들의 일자리 프로젝트가 눈에 보이는 결과로 까지 이어지며, 프로젝트 시행 5년 차에는 노인취업률이 유럽연합(EU) 평균치인 5.1%를 앞질러 1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노인 일자리 확충이 노인 자신의 행복은 물론 사회부담도 줄여주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매주 있는 다양한 오케스트라 공연, 관객의 80~90%가 노인들이다)


소득의 약 45%를 세금으로 내는 나라 핀란드. 복지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만큼 이를 위한 국민들의 부담은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이것은 자신들이 낸 만큼 은퇴 이후 혜택을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핀란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은 2010년말 기준 17.2%으로 2050년에는 25.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의 비중은 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와 더불어 핀란드 대표 산업들의 위기로 핀란드의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얼마 전에 핀란드 정부는 복지 예산을 감소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는 현 상태에서 핀란드 정부가 택해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노인복지 정책이 노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데 있는 만큼, 복지 예산의 감소가 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핀란드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재정적 지원의 감소 계획과 함께 노인들이 직접 사회 활동에 참여 하여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및 제도들을 더욱더 폭넓게 갖추어 나가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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