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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로 기자단] 매일 100명의 치매환자가 양산되는 독일

복지로 2013. 11. 4. 12:00

매일 100명의 치매환자가 양산되는 독일


최근 ZDF라는 방송에서 어르신 부양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젊은 층 두 명과 어르신 측 두 명이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의 견해를 5분 동안 발표했다. 젊은 층에서는 사회경제적, 즉 보험제도 등의 시스템적 부분을 거론하며 젊은 층이 부양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년층 대표는 젊은 층과 노년층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생의 중요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이 토론을 토대로 시청자들의 전화 설문을 실시하는데, 방송 초반의 결과는 압도적으로 젊은 층이 노년을 부양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했지만 방송 후반에는 역전되었다. 이 방송은 독일의 고령화 추세와 그에 따른 부양문제가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주었다.


독일 연금보험의 통계에 의하면, 1960년대만 해도 퇴직 후 노년 생존이 9.9살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는 퇴직 후 19살 정도로 나타났다. 빈곤하지만 건강한 어르신은 미니잡 등을 구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한 노년보다는 중병에 처한 노년이다. 따라서 빈곤하고 병든 노후를 어떻게 돌보고 보조할 것인가가 노후복지의 관건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독일에서는 건강보험 외에 1995년 20년간의 논의 끝에 장기요양보험을 이끌어내었다.



 

장기요양보험 급여

독일에서 Pflege(플레게)라는 의미는 간호, 수발, 장기요양이란 의미로 쓰인다. 장기 요양은 일반적인 질병치료 보다는 장기적인 상태에 대한 관리이기 때문에 일반 건강보험과는 대별된다. 보통 Plegeheim(플레게하임/장기요양원으로 번역)이나 Alteheim(알테하임/양로원)이 건강에 취약한 노년층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물론 이중 플레게하임은 젊은 사람이라도 장기 중증의 경우 이용 가능하다. 특히 알테하임의 경우는 소요비용이 높다. 소요비용 뿐만 아니라 간병서비스의 불만족도 거론된다.


최근 매스컴에 가끔 보도되었던 ‘오마 엑스포트’(Oma Export)가 그 실례다. 말 그대로 할머니를 다른 나라로 보낸다,는 다소 우울한 제목이다. 예를 들어 양로원에 입주할 시 환자 1인당 2,400유로에 달하는 비용이 지불된다고 가정하자. 가진 재산이 아예 없는 경우야 국가가 책임지지만 어느 정도 소유한 경우엔 본인 부담이 커진다. 일단 시설에 들어가고자 하면 자신의 재산을 모두 신고하고, 그 액수가 부족할 시에 국가가 충당하는 체제다. 따라서 상속을 원하는 자식이 있을 경우 모든 재산을 신고해야 하기에 기껏 모은 재산을 낱낱이 밝히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그래서 동유럽 등이나 동남아 등의 저렴하고 질 좋은 양로원을 선택해 일정 금액만 지불하고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이는 본인이 선택하기도 하지만 치매어르신의 경우 가족이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간병 서비스의 실태와도 맞물린다.



 

현재 독일 요양시설 전문 리포트에 의하면 독일에 약 250만 명이 요양시설과 간병을 필요로 하고 2030년까지 33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하다. 특히 간병을 위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각 지역신문에는 간병인 모집 광고가 줄을 잇는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외국인들이 직업교육을 통해 간병인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육중한 몸의 독일 환자들을 돌보기엔 힘이 든다. 젊은 층 또한 3D업종으로 치부한 지 오래다. 사실 이러한 부족현상은 독일의 군인제도가 의무제에서 모집제로 바뀐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병사근무 행태에 보충역으로 간병일이 행해졌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졌기에 턱없이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독일 어르신의 3분의 2가 시설 보다는 집에서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별도로 ‘장기요양금고’를 운영한다. 장기요양 전문의사가 집을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등급을 매긴다. 그것을 ‘Plflegestufe(플레게스투페/요양등급)’이라고 하는데 1등급은 경증, 2등급은 중증, 3등급은 최중증으로 나뉜다. 이러한 등급에 따라 관리체제나 지급액이 달라진다.



 

치매환자의 수발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장기요양금고 이용률이 높아지는데, 집에서 거주하며 자식이나 친척의 도움을 받는 치매환자들에겐 더욱 절실하다. 독일은 노령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치매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약 140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으며, 2050년에는 3백만 명이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하루에 100명의 치매환자가 양산되는 꼴이다. 특히 2008년부터 장기요양급여 대상에서 탈락한 치매환자를 위해 ‘0’등급을 신설했다. 그 이전에는 한 해에 460유로를 지급받았는데, 2008년 7월 1일부터는 매달 100유로에서 200유로를 받고 있다. 즉 1년에 1200유로에서 2400유로를 지급받는다. 액수도 2013년부터는 225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상담서비스 부분에 대한 지원과 함께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휴직이 더 쉬워졌다. 이러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독일의 장기요양 보험료율이 2013년 1월부터 0.1% 상향되어 총 2%에 달한다. 물론 이 보험료도 고용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돌보는 치매환자를 위해서만 매년 최소 30억 유로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서 그것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년 9월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로 정하는데 독일에서도 여러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Demenz-den Weg gemeinsam gehen"(치매-함께 가는 길)라는 모토를 정했다. 간병과 상담, 테라피, 의학적 부분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황혼의 덫’이라는 치매. 예방과 함께 사후관리 등에 주력하는 독일 노년케어는 앞으로도 앞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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